무모해보였다. 준플레이오프에서의 실패 장면들이 슬금슬금 떠올랐다. '도대체 왜'라는 의문도 함께 피어올랐다.
하지만 결과가 해피엔딩으로 돌아가자 모든 의문과 불안감도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그런 후 남는 것은 이후 밀려올 엄청난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두산 홍상삼이 거둔 '3이닝 세이브'의 막전막후 상황이다. 엄청난 리스크를 극복하고 이 카드가 성공했다. 하나의 성공에 그치지 않는다. 남은 플레이오프 시리즈에도 큰 파급력을 미치게 됐다.
가장 큰 파급력은 역시 '불펜의 재정비'다. 두산은 LG에 비해 선발의 힘이 좋지만, 불펜에서는 다소 밀린다. 그런데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은 넥센과 5차전까지 사투를 벌이면서 3번의 연장전을 경험했다. 5경기에서 55이닝의 수비를 했다. 그만큼 불펜진의 소모도 극심했다.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는 것이 승리를 위한 기본 전력이라고 볼때, 두산은 단점의 최소화에 어려움을 안고 들어가는 형국이다. 준플레이오프가 끝난 뒤 하루의 휴식으로는 이 불펜진이 몸을 완전하게 추스르기 어려웠다. 때문에 가능하면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투수가 길게 던져줄 필요가 있었다. 단점의 최소화 작전이다. 그래서 1차전에 승리를 거둔다면 최상의 시나리오이고, 비록 1차전을 내주더라도 불펜의 소모를 줄이는 게 그나마 나은 두 번째 대안이 될 수 있었다.
김진욱 감독은 이러한 전략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었다. 플레이오프가 길게 간다고 여긴 것이다. 그래서 한 호흡 길게 홍상삼을 투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행히 1차전 선발 노경은이 무척 잘 던져줬다. 6이닝 동안 4안타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했다. 투구수도 88개 밖에 안돼 7회나 길게는 8회까지도 욕심낼 법 했다. 하지만 3-2로 앞선 7회말 수비때 두산 김진욱 감독은 홍상삼을 전격적으로 투입했다.
엄청난 위험을 감수한 카드다. 애초의 목적, 즉 불펜 보호를 위해서라면 잘 던지고 있는데다 투구수에도 여유가 있는 노경은을 끌고 가는 것이 더 나은 것처럼 보였다. 또 홍상삼은 준플레이오프에서 썩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하지만 홍상삼의 투입은 김 감독이 여러 데이터를 종합해보고 던진 승부수였다. 다소 무모해보였지만, 결과는 대성공. 홍상삼은 준플레이오프 5경기를 통틀어 3경기에서 2⅔이닝 밖에 안던졌다. 불펜진 중에 가장 많은 힘이 남아있다. 특히나 플레이오프처럼 긴장되는 경기에서는 우직하게 공을 던지는 홍상삼같은 유형의 투수가 더 강점을 보일 수 있다.
결국 홍상삼은 준플레이오프 때 비축해뒀던 에너지를 3이닝에 걸쳐 모두 쏟아부었다. 이 덕분에 오현택과 변진수 윤명중 정재훈 김선우 핸킨스 등 두산 불펜진은 모두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하루를 더 쉬게 되면서 체력과 구위를 총체적으로 재정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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