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요즘 대구에서 합숙훈련으로 한국시리즈 대비 막바지 담금질에 한창이다.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까닭에 휴식과 훈련시간이 많이 주어졌다 뿐이지 페넌트레이스 때와 크게 다른 것은 없다.
지난 2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비슷한 스케줄과 프로그램에 따라 훈련과 연습경기가 반복되는 같은 일상을 되풀이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페넌트레이스에서 볼 수 없었던 살짝 다른 장면이 있다.
류중일 감독이 직접 펑고를 잡는 것이다. 흔히 프로야구판에서 감독이 직접 펑고를 잡았다고 하면 분위기 싸늘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류 감독의 펑고는 성격이 좀 다르다. 류 감독은 최근 야간 자체 청백전이 끝나면 곧바로 해산하는 법이 없다.
시간은 짧지만 임팩트 강한 뒷풀이가 있다. 그게 바로 류 감독의 외야 펑고다. 지난 18일 청백전이 끝난 뒤에도 류 감독은 외야수들을 그라운드에 불러세워놓고 펑고를 날렸다.
10여분 동안 쉴새 없이 날아드는 공을 잡느라 외야수들은 적잖이 혀를 빼물었다.
그것도 그냥 펑고가 아니었다. 으레 평범한 외야 타구를 날리는 게 아니라 이른바 '하이볼 펑고'였다.
류 감독은 마치 미사일 발사실험을 하는 것처럼 갈데까지 가보라는 듯 최대한 하늘 높이 타구를 날렸다.
하늘높이 타구를 올리면 볼줄(날아가는 볼의 파워)이 약할 법한데 그렇지 않았다. 낮은 궤적 타구마냥 제법 빨랐다.
류 감독만의 노하우가 있단다. 류 감독은 올해 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준비할 때도 이런 외야 펑고를 시켰단다.
당시 대표팀에 있던 김현수와 손아섭은 류 감독의 펑고를 잡아보고는 다른 코치들과는 달리 볼줄이 강하다며 깜짝 놀랐다.
가급적 어려운 타구를 잡는 훈련으로는 안성맞춤인 것이다. 류 감독은 "그냥 받아쳐 올리는 게 아니라 당구에서 비껴치듯이 맞히면서 볼줄을 강하게 만드는 요령이 있다"면서 "이런 타구를 맞이하면 외야수들은 평소 2∼3스텝 움직일 것을 5스텝 이상 풋워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훈련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류 감독이 이번 팀 훈련에서 외야 펑고에 나선 데에는 또다른 깊은 뜻도 있다. "우리는 야간경기를 하지 않은 지가 3주일 정도 됐다. 야간 조명이 켜진 환경에서 하이볼 펑고를 날려줘야 조명빛에 타구가 사라지는 등 극한 상황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게 류 감독의 설명이다.
류 감독의 하이볼 펑고는 단순한 마무리 훈련이 아니었다. 작은 실수 하나에 경기의 운명이 좌우되는 한국시리즈에서 성공하기 위한 꼼꼼함이었다.
대구=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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