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아이콘, 우승을 일궈내다!'
스포츠는 실력뿐 아니라 정신력의 싸움이라고 한다. 특히 한 대회의 결승전까지 오르며 이미 실력에선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절실함의 승부', 백동준(소울)이 어윤수(SKT)를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백동준은 19일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유니클로 악스홀에서 열린 'WCS(스타크래프트2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 코리아 시즌3' 결승전에서 어윤수를 세트 스코어 4대2로 꺾고 사상 첫 개인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백동준은 최근 수년간 계속된 e스포츠 침체와 이에 따른 부침의 중심에 서 있었다. 지난 2009년 이스트로에 입단하며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했지만, 팀이 해체되면서 2010년 공개 드래프트를 통해 화승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화승도 2011년 문을 닫으며, 우여곡절 끝에 STX 소울팀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안정적인 환경속에서 게임에만 몰두한 것도 고작 2년, STX팀은 모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지난 8월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12~13시즌' 우승을 끝으로 또 다시 해체됐고 백동준에겐 갈 곳이 없었다.
예전 같으면 해체된 팀 선수들의 경우 공개 드래프트를 통해 새로운 유니폼을 입게 되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의 열기에 밀려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기존 팀들도 새로운 선수 영입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게다가 이신형과 같이 팀의 에이스로 뛰지도 못하고 개인리그에서 단 한번도 16강 이상조차 들지 못했던 백동준과 같은 '그저 그런' 선수로선 현실이 더욱 냉혹했다.
결국 STX팀을 이끌던 김민기 감독이 e스포츠 초창기처럼 소울팀이라는 비기업팀을 일단 유지하기로 했고, 백동준은 팀원들과 함께 설거지와 빨래를 직접 하며 경기를 준비하는 '생계형 게이머'의 위치로 신분이 바뀌었다. 지난 2008년 현 소속팀인 SKT에 입단, 단 한번도 이런 생활을 경험하지 못했던 어윤수가 결코 가질 수 없었던 절실함, '잡초' 백동준의 가장 큰 힘이었음은 물론이다.
1세트에서 거신 2기를 활용한 타이밍 러시로 기선을 잡은 백동준은 2세트에선 공허유격기의 절묘한 투입으로 2-0으로 앞서나갔다.
백동준은 3세트에서 히드라리스크와 바퀴를 조합한 어윤수에게 밀려 패했지만, 4세트에서는 처절한 힘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며 다시 승리를 차지하며 우승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 결국 백동준은 6세트에서 어윤수의 울트라리스크 공세를 잘 막아내며 개인리그에서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동안 너무 많은 눈물을 흘려서였을까, 우승의 기쁨을 담담한 웃음으로 표현한 백동준은 "팀을 옮겨야 할 때마다 스스로 좌절을 했지만 이를 이겨내고 조금씩 발전을 이뤄낸 것 같다"며 "팬들의 성원으로 이 자리에 선 것 같다. 이제 시작이라 생각하고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백동준은 이날 우승으로 2만달러(약 2100만원)의 상금과 함께 WCS 포인트를 2250점까지 끌어올리며 WCS 세계 랭킹 23위로 뛰어올랐다. 어윤수는 2300점으로 바로 위인 22위다. 두 선수는 오는 26~28일(한국시각) 캐나다 토론토 콘그레스센터에서 열리는 WCS 시즌3 파이널에 김민철(웅진), 조성주(프라임), 조성호(소울) 등 3명과 함께 한국 지역 대표로 참가한다. 여기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만 다음달 WCS 세계 랭킹 상위 16명이 모인 가운데 미국 LA에서 열리는 WCS 글로벌 파이널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한편 이날 악스홀에는 1500여명이 몰려든 가운데 실내 좌석을 얻지 못한 관중들이 로비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는 성황리에 개최됐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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