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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유희관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하나 더 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는 '봉인'해 뒀던 유희관의 히든 카드. 바로 80㎞가 채 안나오는 '초저속 커브'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오직 유희관만이 던질 수 있는 구종이다. 언뜻 보기에는 마치 장난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유희관의 '초저속 커브'에는 그만의 생존 철학이 담겨있다. 140㎞를 못 넘기는 투수로서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뺐기 위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유희관은 "초저속 커브는 내가 프로야구 투수로서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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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관만이 던질 수 있는 '초저속 커브'는 양날의 검이다. 구속이 극단적으로 느리기 때문에 배팅 타이밍을 잡기가 무척 힘들다. 특히 130㎞대의 직구와 섞어서 던지면 상대 타자들은 큰 혼란에 빠진다. 구속차가 50㎞이상 나기 때문에 130㎞대의 공도 마치 150㎞ 이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유희관이 '초저속 커브'를 구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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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단점 때문에 '초저속 커브'는 자주 구사할 수 없다.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순간에만 써야 한다. 유희관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이 공을 안 던진 이유다. 사실 '안' 던진게 아니라 '못' 던졌다. 유희관은 "LG와의 플레이오프 때 던지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앞 타자에게 안타를 만는 바람에 결국 못던졌다"고 털어놨다. 주자가 나가면서 초저속 커브를 던질 기회를 놓쳤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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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6일 잠실경기 때였다. 당시 두산 선발로 나선 유희관은 4-1로 앞선 7회초 2사에서 대타로 나온 진갑용을 상대로 79㎞짜리 '초저속 커브'를 던졌다. 판정은 볼. 그런데 타석에 있던 진갑용이 매우 언짢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유희관을 계속 노려봤다.
양 팀 사령탑 역시 "이전에도 유희관은 초저속 커브를 가끔 던졌다. 상대를 자극하기 위한 행동은 아니었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당시의 해프닝은 이렇게 무리없이 해결됐다.
하지만 이렇듯 유쾌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 유희관으로서는 삼성전에 '초저속 커브'를 들고나오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이미 '초저속 커브'없이도 뛰어난 경기를 펼친 바 있다. 그럼에도 미디어데이에서 "기회가 되면 누구에게든 던지겠다"고 한 것은 그만큼 승리에 대한 열망이 크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유희관은 인터뷰 말미에 "오해없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삼성의 선배 타자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다. 과연 어떤 삼성 타자가 유희관의 '초저속 커브'를 만나게 될 지 궁금해진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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