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무대 기선제압. 말할 필요 없이 중요하다. 1차전 잡으면 우승확률 80%란 말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 마운드 쪽 일등공신은 선발 노경은이었다. 긴장 안될 수 없던 상황. 3이닝 70구의 투구수 부담에도 그는 꿋꿋하게 6⅓이닝을 1실점으로 버티며 승리투수가 됐다.
시리즈를 앞두고 부쩍 쌀쌀해진 날씨. 그도 인간이었다. 떨렸다. "사실 플레이오프까지는 떨리지 않았어요. 그냥 시즌 같았거든요. 그런에 한국시리즈는 경기 전에 축포도 쏘고 그래서 그런가 이상하게 긴장되더라구요."
큰 고비가 있었다. 3-1로 앞선 2회말. 2사후 7,8번 하위타자들을 연속 볼넷으로 내주고 말았다. 이유가 있었다. "직구만 치라는 지시를 받고 나왔나봐요. 변화구에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더라구요. 배트는 커녕 몸 조차 안 나오던걸요. 그런데 문제는 제가 변화구 제구가 안되는거에요. 마운드 위에서 답답하더라구요."
2사 1,2루. 정병곤 타석도 마찬가지였다. 변화구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역시 제구가 안됐다. 3구째 던진 143㎞짜리 패스트볼에 정병곤의 배트가 돌았다. 딱 맞는 순간 큼직한 홈런성 타구. 아차했다. "딱 맞는 순간이요? 홈런이구나 했죠. 타구를 바라 보면서 "파울, 파울 파울"하며 애타게 주문을 외웠죠. 폴대 끝부분에서 싹 휘더라구요. 그야말로 되는 날이었던 거죠. 안 되는 날은 휘어라 휘어라 해도 똑바로 넘어가거든요." 분수령이 될 뻔 했던 한방. 삼성 류중일 감독이 "파울 홈런이 안으로 들어왔다면 잘 풀렸을 텐데 아쉽네요"라고 말했던 삼성으로선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2회 변화구 제구 난조. 간담을 서늘케 했던 순간을 넘어 노경은은 팀에 가장 필요한 1승을 안겼다. 플레이오프부터 2번 연속 1차전 승리를 지켜낸 선봉장. "1차전 승리는 금세 잊혀지잖아요. 피날레 승리가 기억에 남지…"라며 농담을 던지는 노경은. 시리즈는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 누가 알겠는가. 그가 피날레 승부의 주인공이 될지….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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