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를 거친 두산. 숨은 MVP는 김재호였다. 폭넓은 수비로 살짝 불안했던 마운드를 안정시킨 으뜸 공신.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은 선배 손시헌에게 양보했다. 1차전 삼성 선발 윤성환의 킬러이자 대구구장에서 강했던 손시헌. 아팠던 몸도 완전해졌다. "김재호의 체력 부담도 덜어줄 겸"이라는 두산 벤치의 설명. 1차전에 출전한 손시헌은 펄펄 날았다. 결승타점을 올렸고 안정된 수비로 팀을 이끌었다.
2차전 선발 유격수도 손시헌이었다. 김재호로선 조금 서운하지 않았을까. 경기 전 두산 훈련 타임에 예상 밖의 광경이 펼쳐졌다.
프리배팅 시간. 마운드에 김재호 서있었다. 배팅볼 투수로의 변신. 이례적이었다. 통상 선발이 아니더라도 출전 선수가 배팅볼을 던지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힘겨운 포스트시즌. 체력 세이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잔디에 올라 서는 깊은 수비로 '좌격수', '유익수'란 신조어까지 탄생시킨 강한 어깨. 동료들의 타격을 위해 기꺼이 바쳤다. 승리를 위한 한마음. 불완전 전력으로도 온갖 시련을 이겨내며 파이널 무대까지 오른 두산의 힘, 그 원천을 온 몸으로 보여준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두산 불펜 투수들이 한마음 협력투로 최강 마무리 삼성 오승환을 넘어설 수 있었던 저력에는 나보다 팀을 앞세운 김재호의 마음이 녹아있었다.
배팅볼 투수로 땀 흘린 김재호. 경기 후반 쯤 늦은 출전이 예상됐지만 예상 밖에 빠르게 그라운드에 섰다. 경기 전 타격 훈련 중 왼쪽 옆구리 통증을 호소한 3루수 이원석이 심상치 않았다. 2회 타격 후 이원석은 교체를 통증을 호소하며 요청했다. 김재호가 3루수로 나섰다. 유격수나 2루수에 비해 덜 익숙한 포지션. 하지만 김재호는 전천후 내야수였다. 0-0이던 8회초 2사 1,3루에서 배트를 짧게 쥐고 나온 김재호는 안지만의 초구 몸쪽 패스트볼을 간결한 스윙으로 당겨 3-유간을 갈랐다. 천금같은 선제타점. 이 한방이 없었다면 3차전 연장승리도 없었다. 김재호의 가치는 수비에서 변함없이 빛났다. 1-1 동점을 허용한 8회말 2사 2,3루의 역전 위기. 김태완이 당긴 타구는 3루 베이스를 타고 넘는 타구. 김재호는 재빠르게 타구를 막아 1루에 길게 송구했다. 세번째 아웃. 뚝 떨어진 초겨울 날씨 속 몸이 얼어붙는 긴장감 속 낯 선 3루 수비. 하지만 김재호는 안정된 캐치와 송구로 연장승부 내내 온 몸으로 핫코너를 지켰다. 두산이 오랜 기간 보유하고 있었던 숨은 복덩이. 2013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고 있다. 가을은 김재호 재발견의 완성편이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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