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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유희관의 조기강판, 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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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4회초 두산 유희관이 '한 이닝에 코칭스텝이 두번 마운드에 오르면 투수 교체를 해야한다'는 규정에 의해 교체되고 있다.잠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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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면 때로는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 오히려 더 큰 이득을 얻기 위해 작은 손해를 일부러 감수할 필요도 있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식의 전술이다. 개별 전투에서는 지더라도 전쟁의 큰 판을 따내는 게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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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를 하나의 큰 전쟁으로 생각해보자. 프로야구의 최종 챔피언이 되려면 이 전쟁에서 네 차례의 전투를 이기면 된다. 두산은 벌써 두 차례의 중요한 전투에서 먼저 이겼다. 그러다 세 번째 전투, 즉 27일 잠실에서 열린 3차전에서 결국 2대3으로 삼성에 졌다.

하지만 이 패배는 두산에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다. 삼성은 두산이 한 번도 지지 않고 우승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약한 상대가 아니다. 오히려 전력을 다 쏟아부어도 승리를 장담키 어려운 강적이다. 때문에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려면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 두 번의 패배쯤은 두산 김진욱 감독도 이미 예상했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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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렇게 패할 때 무엇을 남기느냐다. 상대를 무너트릴 수 있는 가능성을 남긴다면 그 패배는 아깝지 않다. 지금은 내 살이 찢어졌어도, 다음에는 상대의 뼈를 부수면 된다.

3차전 패배에서 두산은 이런 가능성을 살려뒀다. 바로 '유희관의 조기강판'이 그 가능성의 실마리다. 투구수를 아낀 채 일찍 교체된 유희관이 향후 다양한 카드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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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관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이 얻은 최대의 성과다. 만약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한다고 해도 유희관을 새롭게 발견했기에 덜 아쉬워할 수 있을 정도다. 마치 2007년 SK의 역전우승을 이끌면서 대스타로 떠오른 김광현의 임팩트에 비견할 만 하다.

그런 유희관이 포스트시즌에서 첫 패배를 맛봤다. 3차전 선발로 나선 유희관은 3⅔이닝 만에 5안타 1볼넷 1삼진으로 2실점(1자책점)하며 결국 패전투수가 됐다. 기록으로 보면 5이닝도 못 채운 '조기강판 패전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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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의 유희관, 기록처럼 형편없는 모습이 아니었다. 삼성 타자들에게 초반부터 장타를 얻어맞았지만, 특유의 완급조절을 앞세워 3회까지 3안타 무실점으로 잘 버티고 있었다. 이런 모습은 4회에도 마찬가지. 하지만 유격수 손시헌의 송구 실책과 석연치 않은 2루심과 주심의 두 차례 세이프 판정이 나오며 2점을 내주고 말았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두산 코칭스태프가 흥분하면서 페어 지역에 나와 투수와 두 차례나 얘기를 하는 바람에 유희관은 갑작스럽게 교체돼야 했다.

결과적으로 유희관의 투구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렇다면 오히려 유희관의 조기 교체가 두산에는 큰 손해가 아닐 수도 있다. 이날 유희관은 52개의 공 밖에 던지지 않았다. 힘이 아직 충분히 남아있는 상태다. 그렇게보면 향후 유희관을 투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정상적인 로테이션이었다면 유희관은 7차전에나 나올 수 있다. 하지만 7차전은 상황에 따라 안 열릴 수도 있다. 그리고 7차전이 열린다는 것은 두산이 먼저 거둔 2승의 장점을 전혀 못 살린 채 삼성에 3승3패로 따라잡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게 힘겨운 상황을 유희관에게 맡기는 것은 부담스럽다.

그보다는 조기 교체로 힘을 아낀 유희관을 미리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기용법을 생각할 수도 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두산이 3승1패나 3승2패 상황에서 5차전이나 6차전을 치를 경우다. 두산은 한 판만 이기면 결국 전쟁의 최종 승자가 된다.

이때 유희관이 적극 활용될 수 있다. 투구수가 적었기 때문에 삼성이 쓰는 '1+1 선발' 작전도 시도해볼 수 있다. 게다가 왼손 불펜이 없는 두산의 상황을 고려해보면 유희관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유희관의 조기강판은 어쩌면 두산에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두산은 여전히 유리한 입장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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