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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 여성 캐릭터 풍성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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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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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MBC
사진제공=MBC
여배우들이 인터뷰 자리에서 종종 털어놓는 고민이 있다. 연기 변신을 하고 싶어도 그럴 만한 여성 캐릭터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 현실적 제약에 대한 얘기다. 한동안 안방극장과 스크린에선 남성 캐릭터가 주도하는 작품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 캐릭터는 남성 캐릭터에 종속돼 있거나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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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에는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특히 안방극장에선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들이 부쩍 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SBS '황금의 제국', KBS2 '굿닥터', MBC '투윅스' '구암 허준'처럼 남성 캐릭터 일색이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특히 이들 대부분이 여자 주인공의 이름을 제목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현재 방영 중인 SBS '수상한 가정부'는 최지우가 연기하는 가정부 박복녀가 주인공이다. 일본 원작 드라마 '가정부 미타'는 2011년 NTV에서 방송돼 최고 시청률 40%를 기록, 일본 역대 드라마 순위 3위에 오를 만큼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20부의 반환점을 돌아선 '수상한 가정부'는 주인공 박복녀의 미스터리한 과거가 한 꺼풀씩 벗겨지며 흥미를 더하고 있다. 웃음도 표정도 없는 박복녀의 얼굴 뒤엔 불행했던 어린 시절과 화재 사고로 아들과 남편을 잃은 사연이 숨겨져 있었음이 밝혀졌다. 과거엔 보지 못한 독특한 여성 캐릭터이지만, 박복녀를 엄마처럼 따르는 막내 혜결(강지우)과 박복녀의 애틋한 관계를 통해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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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일사극 '수백향'은 백제 무령왕의 딸 수백향의 일대기와 백제국의 파란만장한 가족사를 그린 작품이다. 무령왕과 채화 사이에서 태어난 수백향(서현진)은 공주의 신분임을 알지 못하고 가야국에서 설난이라는 이름을 얻어 평범하게 살다가 동생 설희(서우)에게 신분을 빼앗기고 백제국 최고의 첩자가 되는 인물이다. '불의 여신 정이'나 '대장금'처럼 사극의 여주인공은 타고난 재능으로 신분제의 굴레를 극복하고 성공에 이르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지만, '수백향'은 그와 반대로 빼앗긴 신분을 되찾아 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오후 9시대 편성이라는 핸디캡에도 수려한 영상미와 탄탄한 이야기로 입소문을 타는 중이다.

28일에는 50부작 사극 MBC '기황후'도 첫 방송된다. '기황후'는 고려의 공녀로 원나라에 끌려가 황후의 자리에까지 올라 수십년간 원나라를 호령한 실존인물 기황후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역사왜곡논란으로 크게 홍역을 치르기도 했지만, 기황후 역을 맡은 하지원으로 인해 작품의 무게감은 어느 남성 드라마 못지않게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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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미래의 선택'은 시간 여행을 소재로 미래의 여주인공이 과거의 자신에게 찾아가 인생에 대한 조언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27일 종영하는 SBS '결혼의 여신'도 4명의 여자가 겪는 결혼과 사랑에 현실적인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다채로운 여성 캐릭터의 등장은 분명 반길 만한 일이다. 하지만 여성 캐릭터를 내세운 이들 드라마가 시청률에서는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수백향'과 '미래의 선택'은 6~7%대를 멤돌고 있고, '수상한 가정부'는 10% 수준이다. 한 관계자는 "여성이 주도적인 드라마는 늘었지만 캐릭터의 성격은 여전히 남성 캐릭터에 비해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성에 대적할 만한 카리스마를 지닌, 사실상 남성 캐릭터에 가까운 인물이거나, 온갖 고난 속에 성공을 이루는 캔디형 인물이 많다. 여성들의 현실적 요구와 시대상을 반영한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의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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