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찾아보기 힘든 게 하나 있다. 상대 타자의 유형에 따라 투수를 교체하는, 이른바 '좌우놀이'다.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인공은 마지막 무대인 대구에서 가려지게 됐다. 매경기 접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양팀의 불펜싸움도 극에 달하고 있다. 단기전인만큼 양팀 모두 불펜투입이 잦다. 벼랑 끝에 몰린 삼성은 5차전에서 2차전 선발투수였고, 6차전에 선발로 나와야 하는 밴덴헐크를 불펜투입하는 승부수를 두기도 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처럼, 투수교체는 벤치의 중요한 능력 중 하나다. 단기전에선 그 중요성이 더 커진다. 정규시즌 때 두산은 한 경기 평균 약 4.2명의 투수를 투입했다. 삼성은 이보다 적은 3.97명이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들어선 두산이 평균 5.8명, 삼성이 4,6명으로 나란히 증가했다.
투수교체는 빈번해졌지만, 예년과 같은 공식은 보이지 않는다. 대개 경기 막판엔 상대 타자의 유형에 따라 좌완 혹은 우완을 골라 쓰기 마련이다. 상대적으로 공을 보는 시간이 적은 같은 유형의 투수는 보다 높은 확률을 갖는다. 확률이 뒤집힌 투수와 타자들도 있지만, 일반적으론 그렇다.
상대의 강한 좌타자가 나오면, 왼손 원포인트 릴리프가 등판하는 게 하나의 고정화된 패턴이다. 플레이오프 때 LG가 그랬다. 하지만 삼성과 두산엔 이런 모습이 없다.
삼성은 5차전에서 1번부터 5번타자를 모두 좌타자로 배치했다. 계속된 타선 침체로 돌파구가 필요했던 상황, 결국 극단적인 라인업이 나왔다.
하지만 이는 상대의 불펜을 감안한 모습이다. 두산엔 좌완 불펜요원이 한 명도 없다. 엔트리에 왼손투수는 선발 유희관 뿐이다. 불펜운용에 있어 좌우를 가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삼성은 유희관이 선발등판하는 경기가 아니라면, 보다 편하게 라인업을 짤 수 있다. 실제로 부진한 리드오프 배영섭을 빼고 타순을 조정한 결과, 11안타를 집중시키며 승리할 수 있었다. 시리즈 첫 두자릿수 안타에 최다득점(7점)이 나왔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삼성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 불펜엔 차우찬과 권 혁, 조현근이 있지만 급박한 좌우 운용은 힘들다. 권 혁과 조현근이 필승조로 믿음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차우찬은 '+1'으로 좌우를 가리지 않고 긴 이닝을 던지거나, 혹은 경기 막판 강력한 구위로 상대를 압도해야 한다. 좌완 원포인트로 쓸 수는 없다.
좌우놀이는 잦은 투수교체로 팬들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벤치 입장에선 보다 확률이 높은 선택을 하는 것이다. 또한 거기에 맞게 양팀 벤치 모두 빠르게 두뇌회전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한국시리즈에선 좌우놀이가 사라졌다. 양팀 모두 힘겨운 불펜싸움을 하고 있지만, 그동안 포스트시즌과는 다른 색다른 풍경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삼성-두산의 투수 등판 횟수
팀=정규시즌(평균)=한국시리즈(평균)
삼성=508명(3.97)=23명(4.6)
두산=537명(4.20)=29명(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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