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위기의 상주 상무호'를 맡을 당시 우려가 많았다. 매 해 절반 이상의 선수가 새로 바뀌는데다 다른 프로팀과 달리 국군체육부대(국방부)와의 긴밀한 업무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2011년 5월 사상 초유의 승부조작 사건으로 추락한 이미지를 되살려야 할 임무까지 떠 안게 됐다.
'쉽지 않다'던 그 길을 그는 걷기로 결심했다. "조그만 도시에서 K-리그 팀을 육성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상주의 축구 열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 취임 일성이었다.
상주 상무의 사령탑 박항서 감독의 얘기다.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2012년 9월 시즌 중 강제 강등의 직격탄을 맞고 시즌을 접어야 했다. 9월부터 이듬해인 올해 K-리그 챌린지에 참가하기 전까지도 '아마추어 전환'을 논의할 정도로 불안한 행보가 이어졌다. 그러나 박 감독은 '위기의 상주 상무호'를 이끌고 챌린지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상주가 챌린지 첫 우승컵의 주인공이 됐다. 상주는 10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고양과의 챌린지 32라운드에서 3대2로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확정했다. 동시에 박 감독은 한국 프로축구 30년 역사상 첫 챌린지 우승팀 사령탑으로 이름을 새겼다.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지난 2년이었다. 그러나 박 감독은 철저한 선수 선발, 소통을 통한 선수단 장악, 믿음의 축구로 위기의 팀, 상주 상무를 챌린지 정상으로 이끌었다. 박 감독은 지난해 말 처음으로 '제대로 된' 선수 구성을 완료했다. 취임 전 이미 선발된 기존 자원이 아닌 박 감독이 원하는 선수로 팀을 꾸리게 된 것이다. 입대 원서를 낸 선수들을 상대로 서류 심사와 체력 테스트를 진행하며 필요한 포지션별로 선수들을 수급했다. 시즌 초반 엇박자는 예상했던 일이었다. 개인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로 '초호화 멤버'를 꾸렸지만 각 팀에서 모인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2년간 시간을 보내고 제대하면 된다'는 선수들의 정신 상태도 문제였다. 프로에서 잔뼈가 굵은 박 감독은 선수단 정신 개조에 먼저 나섰다. '개인'이 아닌 '팀'을 앞세웠고, 군인 정신과 동시에 프로 정신을 강조했다.
부진은 8월까지 이어졌고 위기도 찾아왔다. 7월부터 8월까지 열린 6경기에서 2승밖에 올리지 못하면서 '최고의 선수층'을 보유하고도 2위에 머물고 있는 성적에 주변의 따가운 시선까지 받아야 했다. 이에 박 감독의 '인내'를 외쳤다.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 팀을 만드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스트레스로 병원 신세까지 졌지만 강한 믿음으로 선수단을 이끌었다. 박 감독은 "7개월 가까이 2위를 하면서 여러가지로 마음 고생이 많았다. 보이지 않게 스트레스가 많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구단주인 성백영 상주 시장과 국군체육부대, 이재철 상주 대표이사가 박 감독에게 절대적인 신임을 보내면서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상주는 지난 9월 1일 안양전 승리(2대0)를 시작으로 11연승을 질주하며 경찰축구단을 밀어내고 챌린지 초대 챔피언까지 등극했다. 11연승은 K-리그 역대 최다연승 기록이다. 채찍과 당근을 동반한 선수단 장악과 뛰어난 용병술,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선수들을 아버지같이 다독이며 최고의 컨디션을 낼 수 있게 만든 박 감독의 지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승부조작' '강제강등' 등의 수식어를 달고 다녀던 상무도 이번 챌린지 우승으로 이미지 쇄신에 성공했다.
박 감독은 "2위를 달리고 있어도 끝까지 믿고 적극 지지해주신 성백영 시장님과 상주 구단, 팬들에게 감사하다. 어려울 때 그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우승까지 왔다. 또 선수들이 제대하기 전에 함께 우승의 기쁨을 나눌 수 있어서 더 기쁘다"며 우승 소감을 전했다.
상주의 비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박 감독과 상주는 또 다른 역사에 도전한다. K-리그 최초의 승격 팀과 승격 감독에 이름을 새기는 일이다. K-리그 12위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는 12월 4일과 7일 홈 앤드 어웨이로 열린다. 상주의 다음 시선은 프로축구 최초의 승격팀 타이틀을 향해 있다.
고양=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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