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5년 전만 해도 김원일(27·포항)에게 K-리그는 '꿈'에 불과했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청운의 꿈을 안고 대학 무대에 들어섰다. 대학 최강 숭실대의 일원이 됐다. 그러나 주전 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축구선수로의 인생을 이어가기 조차 어려워 보였다. 고민 끝에 선택한 길은 군입대였다. 대학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기에, 상무나 경찰청 입대는 꿈도 못꿨다. '고향(김포)에서 군대 문제라도 해결해보자'라는 심정으로 무작정 해병대 입대 자원서를 냈다. 운명의 여신은 해병대 1037기 김원일을 '강철전사들의 요람' 포항으로 인도했다. 축구인생은 끝났다고 자조하던 김원일은 포항에서 새로운 눈을 떴다. 포항 스틸야드에서 K-리그를 관전하며 '강철 전사'의 일원이 되는 날을 상상했다. 제대 후 피나는 노력 끝에 꿈은 이뤄졌다. 스틸야드의 관중석에서 그라운드로 내려왔다. 2010년 K-리그 드래프트에서 포항의 지명을 받았고, 2년차부터 당당히 주전 대열에 합류했다.
'해병대 1037기' 김원일이 프로 통산 100경기 출전을 달성했다. 지난 16일 전북과의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8라운드에 선발로 나서 전후반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방점을 찍었다. 2010년 프로에 데뷔한 지 4년 만에 얻은 쾌거다. 데뷔 첫 시즌 13경기 출전에 그칠 때만 해도 대학 시절의 아픔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그러나 해병대에서 얻은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이 김원일을 일으켜 세웠다. 휴식기에도 송라클럽하우스에 남아 굵은 땀을 흘렸다. 김원일의 성실함에 황선홍 포항 감독의 마음이 움직였다. 2011년 23경기로 출전 횟수를 2개 가까이 늘리더니, 2012~2013년에는 2년 연속 30경기 이상 출전을 기록했다. 단짝 김광석과 함께 포항의 벽으로 자리매김 했다. 포항 구단은 27일 포항종합운동장에서 갖는 서울과의 크래식 39라운드에서 김원일의 K-리그 100경기 출전 기념식을 가질 계획이다.
김원일은 얼떨떨하면서도 감회에 찬 표정이다. "한 해에도 수많은 선수들이 드러났다가 없어지는데 100경기나 뛸 수 있었다는 것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군 시절 일기를 쓰면서 프로로 가는 꿈을 키웠다는 김원일은 "프로에 데뷔할 때 잘 해낼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주변의 믿음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다"면서 "그라운드에 서는 날까지 최선을 다 한 포항의 수비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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