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살을 붙여 말한다면, 한국 남자 프로농구는 김주성이 등장하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 이전에도 장신 센터는 즐비했지만, 김주성같은 인물은 없었다.
2m가 넘는 장신 선수가 스피드와 순발력을 모두 갖춘데다 자유자재로 슛을 던질 수 있다는 건 확실히 획기적이었다. 동부 전신 TG삼보에 2002년 입단한 김주성은 10년 가까이 한국 농구의 간판 아이콘이었다. 그를 보유한 TG삼보와 동부는 늘 상위권을 유지했고, 우승도 여러번 했다.
하지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세월이다. 또 세월 앞에 장사는 없다고도 한다. 이제 '김주성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고질적인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김주성은 이번 시즌에도 고질적인 발목 부상으로 벤치에서 쉬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 사이 동부는 12연패까지 당했다.
반면 김주성의 뒤를 잇는 신진 세력들이 속속 등장했다. '포스트 김주성'의 대표주자는 바로 LG의 슈퍼루키 김종규다. 이번 시즌 LG에 입단한 김종규는 김주성(2m5㎝)보다 2㎝ 더 큰데다 웨이트도 좋다. 또 전성기의 김주성을 방불케하는 스피드와 순발력으로 골밑에서 감각적인 움직임을 자주 보여준다. 아직 프로 리그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은 아니지만, 분명 김종규는 김주성을 능가할만한 자질이 넘친다.
그런 김종규가 한 세대를 풍미한 김주성과 맞대결을 펼쳐 완승을 거뒀다. 28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LG는 김종규의 활약을 앞세워 오랜만에 코트에 돌아온 김주성의 동부를 70대54로 제압했다.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지는 한판이었다.
김주성은 지난 22일 KT전 이후 발목 부상이 재발하는 바람에 계속 코트에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꾸준히 몸상태를 끌어올리며 코트에 나설 시기를 조율하고 있었다. 동부는 김주성이 없으면 전력에 큰 공백을 생기는 팀이다. 이날 경기 전 이충희 동부 감독은 "경기에 앞서 훈련은 잘 소화했다. 오늘 상황을 봐서 투입시기를 고민하겠다"고 했다.
김주성의 컴백은 2쿼터에 이뤄졌다. 이날 동부는 1쿼터에서 LG에 형편없이 밀렸다. 1쿼터 5분40초 경 박지현의 야투가 성공한 이후 약 4분 동안 득점을 하지 못했다. 1쿼터 종료 40초 전에야 겨우 센슬리가 골밑 슛을 성공했다. 그 사이 LG는 내외곽에서 쉴 새 없이 골을 성공하며 1쿼터를 21-8로 압도했다. 김종규는 1쿼터에 덩크슛까지 성공했다.
그러자 이충희 감독은 2쿼터에 김주성을 투입했다. 김종규의 높이를 막기 위한 것이다. 김주성은 투혼을 불살랐다. 몸상태는 완전치 않아도 경험으로 리바운드를 따내고 슛을 성공시켰다. 17분46초를 뛰며 10득점 8리바운드. 복귀전 치고는 꽤 훌륭했다.
하지만 김종규를 끝까지 막지는 못했다. 승부처였던 4쿼터가 되자 김주성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느려졌고, 김종규는 여전히 싱싱했다. 이날 김종규는 31분여를 뛰며 15득점 5리바운드를 했다. 신세대 김종규가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결국 LG는 김종규와 크리스 메시(18득점), 기승호(12득점) 등을 앞세워 손쉽게 승리했다. 이로써 3연승을 거둔 LG는 이날 경기가 없던 모비스를 제치고 단독 2위로 올라섰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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