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성 선배는 제 롤모델이에요."
LG 신인 김종규가 동부 김주성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는 얘기는 이미 널리 회자된 바다. 김종규와 비슷한 키로 같은 포지션에 있는 김주성은 지난 10여 년간 한국 남자 프로농구를 이끈 대들보였다. 큰 키에도 빠른 스피드를 갖춘데다 슛과 패스까지 능수능란했다. 김종규가 그런 김주성을 닮고 싶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특히 지난 8월에 열렸던 아시아선수권은 김종규에게 큰 기회였다. 김주성과 함께 대표팀에 있는 동안 존경하는 대선배로부터 많은 배움을 얻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주성은 마치 전담코치처럼 김종규를 챙겼다. 1대1로 붙잡아놓고 골밑에서의 움직임이나 상대를 속이는 법, 수비의 노하우, 경기를 조율하는 방법 등을 아낌없이 전수했다. LG 김 진 감독도 "김종규가 아시아선수권 기간에 김주성을 만나고 나서 많이 성장한 것 같다"고 할 정도다.
롤모델로 삼은 선배와 이런 배움의 시간을 갖는다는 건 사실 매우 보기드문 일이다. 김종규는 이때의 가르침을 헛되이 하지 않았다. 아직 '완성'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종규는 바로 그 '롤모델' 김주성 앞에서 한층 발전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과시했다. 지난 28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동부와의 맞대결에서였다. 이날의 김종규는 마치 예습을 잘 해온 학생이 선생님 앞에서 공부해 온 것들을 자랑스럽게 펼쳐내듯이, 김주성을 상대로 펄펄 날았다.
김종규는 이날 15득점 7리바운드를 했는데, 덩크슛을 무려 3방이나 림에 꽂았다. 자신의 프로 한 경기 최다 덩크슛 기록이다. 2쿼터부터 투입돼 자신의 마크맨으로 서 있는 김주성의 존재감은 오히려 김종규에게 더 큰 자극제가 된 듯 했다.
그러면서도 '롤모델'에 대한 예의를 잊지 않는 신인다운 풋풋함도 보여줬다. 이날 수비 도중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고 속공찬스가 나왔다. 김주성은 LG 골밑에 쓰러져있었다. 인플레이 상황이라 통상적으로는 김종규가 공격을 위해 동부쪽 코트를 향해 전력 질주를 해야했다. 하지만 김종규는 멈춰섰다. 그리고 넘어져있는 김주성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줬다. 경기와는 별도로 부상에서 아직 완쾌되지 않은 자신의 우상이 넘어져있는 것을 그냥 보고 넘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LG 김 진 감독은 말한다. "김종규가 김주성만큼 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고. 김종규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주성이가 비록 정상 컨디션이 아니고 나이가 들었더라도, 여전히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가장 부담스러운 존재다. 가벼운 움직임만으로도 상대를 무력화시키고 경기 흐름을 바꿀 줄 안다"면서 "종규 역시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 쓸데없는 움직임이 너무 많다. 다만 조금씩 자신감을 갖고 발전하고 있다는 점은 칭찬할 만 하다"고 평가했다.
이날 한 경기로 김종규가 김주성을 넘어섰다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김종규는 김주성의 아성을 언젠가 넘어설 만한 선수라는 점이다. 좋은 신체조건에 타고난 스피드가 일단 기본적으로 충족된다. 여기에 더해 좋은 인성도 한 몫하고 있다. 자만하지 않고 부족한 점을 계속 배우려는 자세, 그리고 선배를 공경하고 닮으려고 하는 점은 누가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다. 김종규의 진화는 꾸준히, 그리고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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