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과 한 번 더 해보고 싶었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NC로 이적한 이종욱은 최근 인터뷰를 피해왔다. 마음 한구석에 깊게 자리 잡은 두산팬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이적 후 소감에 대해 묻자 그는 "아직도 얼떨떨하다. 인터뷰를 최대한 피했는데 이렇게 하게 된다"며 입을 열었다.
이종욱은 지난 2006년 1군에 데뷔했다. 프로 데뷔는 현대에서 했지만, 방출이 된 이후 두산에 신고선수로 입단해 정상급 리드오프로 발돋움했다. 특유의 허슬플레이로 '허슬두'를 내세운 두산에 맞았던 이종욱은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이종욱의 별명을 따 두산에 '종박 베어스'란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정확히 풀타임 8년을 채우고 이종욱은 두산을 떠났다. 이종욱은 "두산팬들이 있었기에 내가 있을 수 있었다"며 "두산에서 큰 사랑을 받았고, 응원을 받았기에 옮긴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안 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자제한 건 수년간 자신의 이름을 목놓아 불러준 팬들에 대한 마지막 의리였던 것이다.
이종욱의 마음을 흔들리게 한 건 자신을 발굴한 스승 김경문 감독의 존재였다. 자정 이후 만남을 가진 뒤, 고민 끝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친구인 손시헌의 존재도 큰 힘이었다. 이종욱은 "김경문 감독님이 계셔서 그런지 마음이 흔들렸다. 감독님과 한 번 더 해보고 싶었다. 계약 후에 전화를 드렸더니 '즐겁게 야구 같이 하자'고 하시더라"고 털어놨다.
시즌 중에도 이상하게 NC만 만나면 힘이 났다. 자신을 발굴해준 김경문 감독 앞에선 더 잘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이종욱은 "이상하게 좀더 잘 하고 싶더라. 감독님께 못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싫었다. 발전된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웃었다.
신생팀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는 "신생팀 돌풍을 일으키는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미래를 봤을 때 그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미소지었다.
이종욱은 구단이 자신에게 원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NC는 지난해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베테랑 이호준과 이현곤을 영입해 젊은 선수들 위주의 선수단에 중심을 잡았다. 이종욱은 "감독님은 물론, 사장 단장님도 말씀하셨다. 후배들에게 어떻게 해야 좋은 영향을 미칠지 고민해서 움직이겠다"고 했다.
4년간 50억원이란 큰 돈을 받고 이적한 이종욱, 거액인 만큼 부담이 크다고 했다. 그는 "부담이 안 되면 거짓말이다. 부담감을 이겨내야만 한다. 올해는 예년보다 빨리 운동을 시작해 먼저 몸을 만들고 있다. 올해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팀 성적에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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