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의 자진 사퇴에 울산 선수들이 고개를 숙였다.
김 감독은 4일 남산 서울클럽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시즌 우승을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사령탑에서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울산은 지난 1일 K-리그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지만, 종료 직전 결승골을 내주면서 0대1로 패했다. 포항에 역전 우승을 내줬다. 결국 김 감독이 책임을 졌다.
선수들도 전혀 모르던 일이다. 준우승으로 시즌이 끝난 뒤 김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단이 모두 모인 회식자리에서도 김 감독은 전혀 사퇴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올시즌 우승을 놓친 아쉬움을 내년 시즌에 되갚자는 결의로 회식을 마쳤지만 돌아온 소식은 김 감독의 사퇴였다.
5일 축구선수들의 봉사단체 '추캥'의 일원으로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 모인 김신욱과 김승용, 이 용 등 울산의 주축들이 입을 열었다.
"감독님의 은혜를 가장 많이 받은 선수로 가슴이 아프다. 축구의 아버지를 잃어서 마음이 아프다." 김 감독의 조련 속에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로 성장한 김신욱의 마음이었다. 2009년 K-리그 드래프트 울산 1순위로 프로선수가 된 김신욱은 김 감독의 권유로 포지션을 바꿨다. 중앙수비수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다시 태어났다. 남들보다 두 배의 땀을 흘렸다. 매시즌 발전을 거듭한 김신욱은 2013년, K-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하며 꽃을 폈다. 그의 곁에 김 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김신욱은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다. 그는 "(시즌 중) 감독님이 수면제를 드시면서 주무신다는 얘기를 듣고 꼭 우승을 선물해 드리고 싶었는데 정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김신욱은 한 가지 바람도 전했다. 울산의 팬들이 김 감독을 꼭 기억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그는 "감독님이 결정하신 일이지만 편하게 가시도록 감독님이 이뤄놓으신 일들을 팬들이 모두 기억했으면 좋겠다. 감독님은 울산의 역사를 다시 세우신 분이다. 나는 평생 감독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 것"이라며 김 감독과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국가대표 수비수 이 용도 아쉬움이 가득했다. "충격이었다. 내년에도 감독님과 함께 하는 줄 알았다. 갑자기 소식을 듣게 돼 죄송하고 섭섭한 마음이다. 우리들이 준우승을 해서 감독님이 떠나시는 것 같아서 정말 죄송하다." 지난해 울산에 입단한 뒤 2년간 ACL 우승과 K-리그 준우승을 달성한 미드필더 김승용도 "감독님과 좋은 추억이 참 많았는데 감독님이 모든 책임을 지셔서 너무 죄송스럽다. 전지훈련 있으니 몸 관리 잘하라고 다독여 주셨는데…"라며 고개를 숙였다.
상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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