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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올킬'을 이룬 포항의 힘은 '메이드 인 포항'으로 불리는 유스 시스템의 결실이었다. 오늘보다 더 기대되는 내일이다. 포항과 포항제철고에서 각각 우승을 일궈낸 형제 이광훈(20)과 이광혁(18)은 K-리그 클래식에서 발 맞출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사실 처음부터 형제가 함께 축구선수의 꿈을 꾼 것은 아니었다. 형 이광훈이 어릴 적부터 운동을 좋아한 반면, 동생 이광혁은 컴퓨터에 푹 빠져 있었다. 형제가 나란히 볼을 차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이광훈이 동네 축구에서 스카우트돼 대구 신흥초 축구부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광혁은 관심이 없었다. '컴퓨터 대신 운동을 하라'는 아버지의 권유에 밀려 결국 형의 길을 따라가게 됐다. 먼저 축구를 시작한 것은 형 이광훈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소질을 보인 건 동생 이광혁이었다. 이광훈은 "동생이 처음 축구부에 들어올 때만 해도 운동에 소질이 없어 걱정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주변에서 동생이 더 잘한다는 소리를 듣게 됐다. 경쟁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광혁은 "처음에는 운동 신경이 없어 친구들과 놀 생각으로 축구를 했다. 모든 게 서툴러 형이 축구화 끈을 매어 줄 정도였다. 형이 없었으면 아마 축구를 안하고 있을 것"이라고 웃었다. 의좋은 형제다.
시간이 흘러 이광훈 이광혁 모두 포항 15세 이하 유스팀인 포철중 테스트를 받기에 이르렀다. 전통의 명가, 그것도 최고의 유스 시스템을 갖춘 포항의 일원이 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일과 같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았다. 이광훈과 이광혁은 나란히 포철중 테스트를 통과하면서 '메이드 인 포항'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때 나란히 뛴 선수들이 올시즌 포항 더블의 주역 이명주(23) 고무열(23)이었다. 최문식 포철중 감독, 이창원 포철공고 감독의 조련하에 이광훈-광혁 형제는 유스 무대를 평정했다. 의좋은 형제지만, 팀에서는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동료였다. 이광훈은 2011년 챌린지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면서 2012년 프로무대로 직행했다. 포항 유스 출신이 대학을 거치지 않고 성인팀으로 직행한 것은 2006년 신광훈 이후 처음이었다. 이광혁도 올 시즌 챌린지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면서 진가를 발휘했다. 이광훈은 "동생이 중3때 신입생으로 들어왔다. 형이니까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더 신경을 썼는데, 2차례 대회 득점왕에 오르는 등 성적이 괜찮았다"고 말했다. 이광혁은 "형들이 축구를 정말 잘했다. 포철중-포철공고를 거치면서 빠르게 성장을 했다. 선배들과 동료, 코칭스태프와 함께 일군 MVP"라고 머리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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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3년차인 이광훈은 포항을 넘어 한국 축구 차세대 기대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19세 이하 아시아선수권에서 동료 문창진(포항)과 함께 한국이 8년 만에 정상에 서는 데 일조했고, 올해는 황선홍 감독의 신뢰속에 로테이션으로 맹활약했다. 지난 3월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리그에선 역전골을 터뜨리며 주목을 받았다. 이광혁도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19세 이하 대표팀에 선발돼 19세 이하 아시아선수권 예선에 나섰다. 이광혁의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내년부터 두 선수가 포항에서 발을 맞추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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