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류중일 감독이 한국프로야구 감독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삼성은 9일 삼성의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를 이끈 류 감독과 계약기간 3년, 총액 21억원에 재계약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금이 6억원, 연봉이 5억원이다. 연봉도, 계약 총액도 역대 감독 최고대우다. 총액 규모로 따지자면 선동열 감독(현 KIA 감독)이 2009년 삼성과 재계약 할 때 받았던 27억원에 비해 부족하지만 선 감독은 계약기간이 5년이었기 때문에 직접 비교가 불가능하다. 선 감독은 연봉이 3억8000만원이었다. 같은 3년 계약으로 따지자면 2008년 김성근 감독(현 고양원더스 감독)이 SK와 재계약 할 때 받은 20억원이 최고 기록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최고 대우다.
감독 연봉 5억원. 상징적인 액수다. 프로무대의 생리일 수도 있지만, 그동안 스타급 선수들에 비해 감독을 포함한 지도자들의 연봉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선수의 인기를 넘어서는 스타급 감독들이 등장하며 감독들의 연봉도 인상되기 시작했고, 결국 류 감독이 최고 스타들도 받기 힘든 5억원이라는 연봉의 주인공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사실 류 감독에 대한 최고 대우는 어느 정도 예정된 일이었다. 2010년 계약기간 3년에 계약금 2억원, 연봉 2억원의 조건으로 삼성 감독에 취임했다. 선동열 감독 체제에서 위세를 떨친 삼성이었기에 부담이 컸지만 류 감독은 초보답지 않게 노련한 팀 운영 능력을 보여줬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통합 3연패를 이뤄냈다. 삼성이 재계약은 물론, 역대 최고 대우를 해주지 않는게 이상할 정도로 큰 업적을 쌓아올렸다. 9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일구상 시상식장에서 "오늘 아침 사무실에 들러 도장을 찍고 왔다"고 말한 류 감독이었지만 한국시리즈 종료 후 구단과 류 감독은 어느 정도 교감을 나누고 큰 틀에서의 합의를 마친 상태였다. 다만, 발표시기를 놓고 구단의 고민이 조금 길었을 뿐, 계약 과정에서는 일체의 잡음 없이 일사천리로 일이 해결됐다는 후문이다.
최고 연봉 감독의 타이틀. 기분이 좋으면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류 감독은 "부담도 된다. 하지만 좋은 일 아닌가. 내가 이렇게 받아야 다음 감독님들이 더 많은 연봉을 받게 될 수 있으니 좋은 것 같다"며 웃었다. 그리고는 이내 진지한 얘기에 돌입했다. 류 감독은 "당장 1월 중순 시작되는 스프링캠프부터 더 열심히 팀을 지휘할 것이다. 마무리 오승환이 빠졌지만 선수가 없어 성적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듣지 않게 할 것"이라며 "가장 큰 목표는 당연히 팀 우승이다. 그리고 아시안게임 감독 문제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기회가 온다면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명예회복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항상 위트 넘치는 류 감독답게 야구에 대한 넘치는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고 대우 얘기가 백지수표 얘기까지 흘렀다. 백지수표에 얼마를 쓰고 싶느냐는 질문에 류 감독은 "돈은 필요없고 거기에 강민호 이름 세 글자를 쓰고 싶다"고 답했다. 롯데와 총액 75억원에 계약한 FA 최대어 포수 강민호가 있었다면 내년 시즌 팀 전력 상승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뜻이었다.
한편, 류 감독은 계약금 6억원 중 2억원을 자선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남들 모르게 어려운 이웃과 아마추어 야구를 위한 기부를 해왔던 류 감독이다. 류 감독은 "기분 좋게 받았으니 기분 좋게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하고 싶었다"고 했다.
재계약을 마친 류 감독은 각종 시상식과 행사 참석을 마친 후 18일 태국으로 가족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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