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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골든글러브. 쟁쟁한 선발투수들을 제치고 순수 불펜투수가 황금장갑을 차지한 것은 달라진 구원투수의 위상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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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무늬 정장을 빼입고 나타난 손승락은 시상식 전엔 "처음엔 시상식장에 오는 게 긴장이 됐다. 그런데 자주 오다 보니까 즐기게 되더라"고 말했다. 골든글러브에 대해선 "아내도 나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잘 한 사람이 받는 게 당연하다. 부끄러운 상은 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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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동갑내기 아내 김유성씨에 대한 얘기를 이어갔다. 손승락은 "아무 것도 아닌 선수였을 때 아내를 만났다. 자기 꿈이 컸는데 그걸 다 포기하고, 날 훌륭한 선수로 만들어주겠다고 했다"며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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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김유성씨는 이화여대 언론대학원을 다니며 아나운서의 꿈을 키워왔다. 하지만 야구선수 아내의 삶 때문에 모든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손승락은 "아내에게 아나운서를 하면 내가 운동에 전념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공부하는 것도, 책 읽는 것도 좋아한 친구인데 정말 미안했다. 난 군대에서도 존재감이 없는 선수였다"고 했다.
구원투수로서 받은 상이기에 더욱 뜻깊었다. 손승락은 "(오)승환이와 그런 얘기를 많이 했다. 투수들은 굉장히 많고 보직도 세분화돼 있다. 골든글러브도 선발, 중간, 마무리로 나누어 주면 안되냐는 얘길 했다"며 "제가 마무리로 이끌어가기 보다는 승환이 뒤를 따라간다 생각하겠다"고 했다.
이어 "마무리 투수는 1년차 땐 재미가 있다. 그 이후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느냐가 중요하다. 항상 노력하고 겸손한 선수가 되겠다. 몇 세이브가 아니라, 실력과 믿음으로 인정받는 투수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손승락은 19년 전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정명원 전 두산 코치에게 전화를 받았다. 둘은 과거 넥센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인연이 있다. 정 코치는 "승락아, 너 받을 자격 된다"고 짧게 격려의 메시지를 남겼다.
손승락은 "잠결에 코치님 전화를 받아 꿈인 줄 알았는데 현실이 됐다. 코치님께 감사드린다. 바로 전화를 드려야겠다"며 발길을 옮겼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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