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에이스가 없는 것은 분명 걱정해야 할 일이다."
한 원로 야구인의 조언이다. 대한민국 프로야구에 에이스가 없어졌다. 언제부터인가 외국인 선수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선동열 이상훈 정민태 시대가 그리워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내년 시즌 각 팀의 외국인 선수 엔트리는 3명이다. 규정에 따라 투수와 야수에 걸쳐 외국인 선수를 구성해야 한다. 모든 팀들이 투수 2명, 야수 1명으로 엔트리를 맞추고 있다. 9구단 혜택에 따라 NC는 3명의 투수와 1명의 야수를 영입했다. 외국인 선수는 각 팀 전력의 절대적인 변수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에 따라 한 시즌 농사가 좌우된다. 특히 투수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엔트리가 늘어났다고 해도 바뀌지 않는 사실이다. 지난 두 시즌 동안 모든 팀들이 야수없이 투수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100만달러 안팎에 이르는 이들의 몸값을 운운할 때가 아니다.
내년 시즌 개막전 선발로 나설 각 팀 에이스의 면면을 보더라도 토종 투수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류현진 윤석민 김광현, 그 앞선 세대의 손민한 배영수 박명환, 이러한 강력한 면면들이 보이지 않는다.
LG는 리즈가 에이스다. 개막전 선발이 유력하다. 두산 역시 4년째 던지게 될 니퍼트가 개막전 선발로 나설 것이다. 넥센은 나이트, SK는 레이예스가 개막전 선발로 유력해 보인다.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시리즈 3연패를 이룬 삼성도 외국인 투수를 1선발로 내세울 공산이 크다. 물론 류중일 감독이 마음먹기에 따라서 윤성환 장원삼 배영수 등 토종 투수들 가운데 내세울 수도 있다.
롯데는 유먼과 옥스프링이라는 강력한 원투펀치를 거느리고 있다. NC는 두 말할 필요가 없고, KIA 역시 윤석민 잔류 여부가 변수지만 외국인 투수에게 1선발을 맡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토종 선발로 유창식 송창현 정도가 후보인데 1선발감들은 아니다.
외국인 선수와 토종 선수의 조화가 바람직한 흐름이라고 본다면 이러한 현상을 결코 긍정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된다. 한화 김응용 감독은 "외국인 선수 엔트리 제한을 두지 말고 자유롭게 데려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군 출전 선수는 제한을 두더라도 2군서 키울 수 있는 선수들은 구단에 맡기는게 좋다"고 강조한다. 국내 선수들의 입지를 줄이자는게 아니라, 경쟁을 통해 수준을 끌어올리자는 이야기다.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외국인 투수들이 강세를 보인 배경 중 하나는 국내 선수들을 키우는 시스템을 각 구단들이 소홀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서 뽑힌 투수들 가운데 가장 최근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류현진 김광현 밖에 없다. 그것도 몇 년 전 이야기다. 그렇다고 2010년 이후 2군서 성장기를 거쳐 1군에 올라 에이스로 올라선 토종 투수도 없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외국인 투수에 대한 의존도는 해가 갈수록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프로야구의 생명력은 연속성과 다양성에서 비롯된다. 구다들은 흐름에만 맡기지 말고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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