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한테는 기술적인 면에서 밀리는 것 같다."
KT 전창진 감독이 29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모비스와의 경기에서 61대76으로 완패한 뒤 꺼낸 말이다. 명장 전창진 감독도 두손을 들고 만 모비스의 농구. '만수' 유재학 감독은 경기 후 KT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었던 공-수 비결을 공개했다.
유재학 감독이 함지훈을 뺀 이유는?
함지훈은 모비스의 핵심 선수다. 그런데 이날 경기 출전시간이 18분59초에 그쳤다. 스타팅 라인업에서도 빠졌다.
궁금증이 생기는 라인업이다. KT는 높이가 낮은 팀이다. 때문에 로드 벤슨-리카르도 라틀리프 조합에 함지훈까지 투입했다면 높이로 상대를 완전히 압도할 수 있었다. 농구는 높이의 스포츠인만큼 훨씬 유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 감독은 상대의 스몰라인업에 똑같이 스몰라인업으로 맞섰다. 이유가 있었다. 유 감독은 "함지훈이 들어가게 되면 높이가 낮은 상대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무조건 지역방어를 썼을 것이다. 경기 초반 우리팀 슈터들의 슛이 잘 안들어갔기 때문에 지역방어가 이어지면 경기가 어려워질 것 같았다"며 "상대가 대인방어를 하게끔 만들고자 하는 의도로 함지훈을 투입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모비스는 함지훈 없이 3쿼터 초반 점수차를 벌리며 승기를 잡았다. 함지훈에서 파생되는 경기력 증대의 효과가 없어 마이너스 요소가 분명 있었지만, 오히려 양동근, 박종천 등의 외곽 공격이 활발해지고 라틀리프와 벤슨이 골밑을 지배함으로써 더 큰 이득을 얻어낼 수 있었던 유 감독의 신의 한수였다.
상대 공격수들, 안으로 들어와라.
유 감독은 경기 전 "조성민, 전태풍 등 외곽 공격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이 선수들의 슛이 터지면 큰일"이라며 걱정을 드러냈다. 프로농구 10개 구단 중 높이에 있어서는 어느 팀 부럽지 않은 모비스인데, 이런 팀 특성상 오히려 아예 작은 선수들로 외곽 공격 위주의 농구를 하는 팀들이 더욱 어렵다는게 유 감독의 설명이다.
때문에 유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외곽슛 만큼은 철저히 봉쇄하라"라고 지시를 했다. 유 감독은 "상대팀이 아무리 외곽 공격이 좋다 하더라도, 아예 공을 못잡고 슛을 못쏘게 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실제 모비스 선수들은 상대 선수들이 2중, 3중으로 스크린을 걸어도 걸리지 않고 끝까지 외곽 슈터들 체크에 나섰다.
그렇게 외곽에 치중하는 수비를 하면 분명 골밑에 빈 공간이 생길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는 함정이었다. 유 감독은 "상대 선수들이 골밑으로 치고 들어와도 우리 팀 선수들의 높이가 있기에 어느정도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예 상대 선수들이 안으로 들어오게끔 작전을 짰는데 잘 통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모비스는 이날 승리로 20승8패가 되며 SK와 함께 공동선두가 됐다. 한편, LG 역시 창원에서 열린 KCC와의 경기에서 78대60으로 승리하며 SK, 모비스와 함께 공동 선두에 올랐다.
울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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