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하늘이 점지해준다는 말이 있다.
실력이 전부가 아니다. 경기 당일의 컨디션과 환경, 상대 선수들의 활약 등 난재가 수북하다. 이런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선수가 시상대 맨 꼭대기에 선다. 세계 최강의 기량을 갖추고도 실전 난조로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눈과 얼음이라는 특수한 환경을 극복해야 하는 동계 종목 선수들에게는 이변이 비일비재 하다.
남자 알파인스키 활강에서 이변이 나왔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마티아스 마이어(24)는 9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의 로사 쿠토르 알파인 센터에서 열린 알파인스키 남자 활강에서 2분6초23 만에 결승선을 통과, 크리스토프 이너호퍼(30·이탈리아)를 0.06초 차로 누르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당초 2013 국제스키연맹(FIS) 세계선수권대회 활강에서 금·은·동을 차지한 악셀 룬 스빈달(32·노르웨이), 도미니크 파리스(25·이탈리아), 다비드 푸아송(32·프랑스)이 모두 참가해 수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금메달의 주인공은 이들이 아닌 마이어 였다.
마이어는 2009년 FIS 스키 월드컵에 처음 나설 때만 해도 실력에 자신이 없어 오스트리아 대표팀이 되는 것을 주저할 정도였다. 지난 시즌 FIS 슈퍼대회전 3위, 활강 25위 등 슈퍼대회전이 주종목이다. 특히 2012년 발목 수술을 받았고, 수술 재활 중 관절염까지 도지며 체중이 15kg이나 줄어들며 11월까지 훈련을 하지 못했다. 활강에서는 아무도 마이어를 주목하지 않았다.
승리의 여신이 미소를 지었다. 활강 경기를 앞두고 곤돌라 고장으로 경기 시간이 15분이나 지연됐다. 매우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활강 코스에 강자들이 크고 작은 실수로 자멸했다. 결국 금메달은 기복 없는 경기를 펼친 마이어의 목에 걸렸다. 마이어는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슈퍼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딴 아버지 헬무트 마이어(48)의 뒤를 이어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는 겹경사를 누리게 됐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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