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가 3~4㎞ 정도만 더 나오면 정말 좋을텐데."
지난 시즌 초반, KIA 선동열 감독은 한 투수의 피칭을 보며 종종 아쉬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현 상태로도 괜찮긴하지만, 구속이 약간만 더 빠르다면 훨씬 더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다. 선 감독이 이렇게 아쉬워한 선수는 바로 좌완 투수 임준섭이었다. 때문에 이번 캠프에서 임준섭의 최대 과제는 바로 '스피드업'에 있다.
공의 빠르기, 즉 구속은 투수에게는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 우선 구속이 빠르면 빠를수록 투수들에게는 유리하다. 상식적으로 타자의 입장에서는 140㎞의 공보다 150㎞의 공이 훨씬 더 치기 어렵다. 구속이 빠르다는 건 그만큼 투수의 손끝을 떠나 포수의 미트에 공이 도달하는 시간이 짧다는 걸 의미한다. 타자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 역시 줄어들기 때문에 치기 어려워지는 원리다.
하지만 반대로 빠른 구속은 투수들에게 치명적인 데미지를 남길 수 있다. 우선적으로 너무 구속에 집중할 경우 제구력이 흔들리기 쉽다. 보다 빠른 공을 던지려고, 더 많은 힘을 쓰면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 프로팀의 경우 막 입단한 신인에게 구속을 다소 줄이더라도 제구력을 키우라는 주문도 한다.
선 감독 역시 이런 원리를 잘 알고 있다. 평소에 "구속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제구력이다. 제구가 안되는 150㎞의 공보다 제구가 잘 된 130㎞짜리 직구가 훨씬 위력적이다"라고 강조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왜 유독 임준섭에 대해서는 '구속'을 아쉬워했을까.
그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은 임준섭이 어느 정도 제구력을 갖췄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속을 늘리더라도 제구력이 흔들릴 위험은 적다고 봤다. 제구력에 이상이 없다면 구속의 증가는 큰 장점이 된다.
두 번째는 구속이 너무 안나와 특유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임준섭의 직구 평균구속은 130㎞대 후반이다. 아무리 세게 던져도 145㎞를 넘기 어려웠다. 타자들에게 이 정도 스피드의 공은 공략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구속이 약 5㎞정도 늘어나는 효과를 내는 듯한 좌완 투수의 메리트를 감안해도 마찬가지다. 분명 투구 폼이나 체력 등을 보면 임준섭은 직구 평균구속이 적어도 140㎞대 초중반까지는 나올 수 있는 투수다. 이렇게만 된다면 임준섭의 위력은 몇 배나 더 뛰어오를 수 있다. 선 감독을 비롯한 KIA 코칭스태프가 안타까워 한 점은 바로 이런 이유다.
결국 2014스프링캠프에서 임준섭의 최대 과제는 구속의 증가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딱히 결실을 맺고 있지 못한 듯 하다. 캠프가 이제 중반 정도로 접어든 점을 감안하면 기대에 못 미친다. 연습에서는 어땠는 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실전에서는 그다지 변화가 포착되지 않았다.
임준섭은 지난 9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니혼햄과의 연습경기에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나왔다. 3이닝을 던져 홈런 1개를 포함해 4안타 1볼넷으로 2점을 허용했다. 썩 좋지 않은 성적. 특히나 직구가 133㎞~140㎞대에 머문 것은 상당히 아쉬울 수 밖에 없다. 평균구속이 130㎞중반 정도라는 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는 걸 뜻한다.
아직 구속을 끌어올릴 시간은 충분히 있다. 캠프는 이제 막 중간 지점에 도달했을 뿐이고, 시즌 개막까지는 한달 보름 이상 시간이 있다. 과연 임준섭이 '스피드업'에 성공해 새로운 역량을 보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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