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소박하고 따뜻한 드라마가 나올 타이밍이 되지 않았나 생각했어요."
'왕가네 식구들'이 떠나고 '참 좋은 시절'이 찾아왔다. 주연배우 김희선의 말마따나 막장극이 점령한 안방극장을 한번쯤 환기시킬 때가 되긴 했다. 제목만큼 '참 좋은 가족드라마'를 표방하는 '참 좋은 시절'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18일 오후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KBS2 '참 좋은 시절' 제작발표회는 유난히 화기애애했다. '반장' 이서진과 '부반장' 옥택연을 필두로 출연진이 종종 뒷풀이를 가진다며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했다. 첫 출발 기운이 좋다.
이 드라마는 가난한 소년이었던 한 남자가 검사로 성공한 뒤 15년 만에 떠나왔던 고향에 돌아와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트렌디물에서 주로 활약했던 김희선이 1996년 방영된 '목욕탕집 남자들' 이후 18년 만에 주말극 나들이에 나섰다. 어린 시절 부유하게 자랐지만 가세가 기울어 지금은 대부업체 직원으로 일하는 차해원 역이다. 김희선은 "항상 생활력 강한 캔디형 캐릭터를 연기했다. 전작들에선 극중에서 누가 괴롭히면 참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몸싸움을 해서라도 어려움을 이겨내는 악바리라는 게 좀 다르다. 그래서 연기하는 게 무척 편하다. 지하철에서 자리 싸움하는 분들이 이해가 된다. 점점 캐릭터에 동화돼 가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검사가 돼 1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강동석 역은 이서진이 연기한다. 한동안 '다모', '계백' 같은 사극에 출연했는데 오랜만에 현대극을 선택했다. 그는 "연기의 호흡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상대역 김희선이 털털해서 잘 맞는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그러고는 "예전이었으면 남성적이고 멋있는 역할에 눈이 갔을 텐데 지금은 나이가 있어서 그런 역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액션이 없는 드라마는 처음인데다 지금까지는 대사도 별로 없어서 무척 편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서진은 지난해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 출연해 '국민 짐꾼'이란 애칭을 얻었다. 도시적이고 지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그가 '할배들'을 뒤치다꺼리하는 모습은 뜻밖의 인간미를 물씬 풍겼다. 얼마 전엔 '스페인편' 촬영을 마치고 돌아왔다. 공교롭게 '참 좋은 시절'과 '꽃보다 할배' 첫 방송 시기가 겹쳤다.
이서진은 "'꽃보다 할배'는 예능이 아니라 다큐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잘될 줄 정말 몰랐다. 덕분에 많은 분들이 예전보다 나를 편하게 생각해주시는 것 같다. 경주에서 촬영 중인데 다들 나를 쉽게 보신다"며 달라진 변화를 말했다.
배경이 경상도라 극중 대사에 사투리가 많이 쓰인다. 특히 김희선은 사투리 연기에 꽤 애를 먹었다고 했다. "은자~ 인형 만들지 마라"라는 대사를 예로 들고는 "은자라는 말이 '이제'를 뜻하는 사투리 억양이 아니라 인형의 이름인 줄 알았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그는 "경남과 경북이 다르고, 나이대별로도 억양이 오묘하게 다르더라"며 "류승수, 진경 등 경상도 출신 동료들이 도움을 많이 줘서 든든하다"고 했다.
김희선은 어머니를 위해 주말극을 선택했다는 특별한 이유도 보탰다. 그는 "어머니가 심야에 방송되는 미니시리즈를 보시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며 "어머니가 편하게 보실 수 있는 드라마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나이를 조금씩 먹어가면서 가족들이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었다"며 기대에 들떴다. '꼭지',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를 집필한 이경희 작가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다. 이서진도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참 좋은 시절'은 오는 22일 첫 방송된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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