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프로야구는 '불펜 야구'가 대세였습니다. 2007년 SK가 '벌떼 마운드'라 불린 강력한 불펜진을 앞세워 우승한 이래 불펜의 힘은 강팀 여부를 구분하는 결정적인 기준이 되었습니다. 한국시리즈 3연패를 달성한 삼성에는 마무리 오승환을 비롯한 강력한 불펜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예상을 뒤엎은 LG의 약진도 마무리 봉중근을 중심으로 한 불펜에 힘입었습니다. 우승 후보 KIA의 몰락 원인 중 하나로 불펜의 붕괴를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우수한 투수들은 그 숫자가 한정적입니다. 단기간에 성적을 내야 하는 지도자의 입장에서 불펜에 우수한 투수들을 집중 배치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불펜이 취약해 경기 후반 역전패가 반복되면 팀 분위기는 가라앉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올 시즌 변화의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습니다. 디펜딩 챔피언 삼성의 변화는 필연적입니다. 마무리 오승환이 일본 프로야구 한신으로 이적하며 삼성을 떠나 새로운 마무리를 물색해야 합니다. 불펜에 가세할 것이라 기대를 모은 권오준이 괌 전지훈련 도중 부상을 입었습니다. 삼성의 불펜이 취약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타 팀들도 마무리 투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봉중근과 손승락을 각각 보유한 LG와 넥센을 제외하면 확실한 마무리 투수를 보유한 팀이 적습니다. KIA가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외국인 마무리로 어센시오를 영입하고 SK가 '김광현 마무리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 모두 탄탄한 불펜 구축이 쉽지 않음을 입증합니다.
따라서 불펜이 취약한 만큼 보다 선발 투수가 보다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것이 추세가 될 수 있습니다. '선발 야구'가 대두될 가능성입니다.
우선 각 팀의 검증된 외국인 선발 투수들이 건재합니다. 두산 니퍼트, 롯데 옥스프링과 유먼, NC 찰리와 에릭 등은 올 시즌에도 꾸준한 활약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게다가 한화 앨버스를 비롯해 새롭게 영입된 외국인 선발 투수들의 면면 또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갖추고 있어 상당한 수준입니다.
야구를 관전하는 묘미 중 하나는 빼어난 선발 투수 간의 맞대결입니다.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는 양 팀 선발 투수의 호투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로 직결됩니다. 많은 안타와 점수를 뽑아내는 타격전도 흥미롭지만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만드는 투수전도 거부하기 어려운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올 시즌에는 더욱 높아진 선발 마운드가 페넌트레이스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선발 야구'가 프로야구의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을지 주목됩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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