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의 제구력,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제구력은 투수가 원하는 지점에 공을 던지는 능력을 말한다. 아무리 스피드가 뛰어나도 제구력이 좋은 투수를 당해낼 수는 없다.
한화가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제구력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응용 감독은 모든 투수들이 볼넷을 줄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경기가 끝날 때마다 "볼넷이 너무 많아"라며 투수들의 형편없는 제구력에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에는 "컨트롤은 하루 아침에 되지 않는다. 자나깨나 공을 만지고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 타자들이 가운데 공 밖에 더치는가. 코너워크된 공은 못친다"라며 다시 한번 제구력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그래서 외국인 투수 2명 모두 제구력을 기준으로 뽑았다. 왼손 앤드류 앨버스는 지난해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60이닝 동안 7개의 볼넷을 허용해 9이닝 기준 1.05볼넷을 기록했다. 제구력이 매우 뛰어난 투수다. 직구 구속은 평균 140㎞에 불과하지만,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와 핀포인트 제구력이 으뜸 수준이다.
또다른 외국인 투수인 케일럽 클레이도 제구력이 좋은 편이다. 지난해 워싱턴 내셔널스 산하 더블A와 트리플A에서 9이닝 평균 1.76볼넷을 기록했다. 1988년생으로 이제 26세에 불과하지만, 코너워크 수준은 김 감독으로부터 칭찬을 받는다. 클레이는 불펜피칭을 하다 공이 높다 싶으면 정민철 투수코치나 공을 받아주는 포수에게 다가가 잘 안되는 점을 이야기한다. 제구력을 위해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한다는 말이다.
클레이는 지난 26일 SK와의 연습경기에 첫 실전 등판을 해 2이닝 동안 1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경기후 "변화구가 잘 제구됐지만, 직구 제구는 조금 부족했다"라며 제구에 신경썼음을 내비쳤다. 김 감독은 기존 국내 투수들도 앨버스와 클레이의 제구력을 본받기를 바라고 있다. 다행히도 두 투수 모두 국내 선수들이 질문을 던지면 적극적으로 성의를 다해 답을 해준다. 물론 구종과 제구력에 관한 의사소통이다. 김 감독은 "두 용병 모두 낮게 깔리는 제구력과 좌우코너워크가 뛰어나 보인다. 제발 올해는 볼넷좀 안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올해 4년차를 맞은 유창식도 제구력을 잡는데 무척이나 신경을 쓰고 있다. 유창식은 올시즌 한화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야 할 기대주로 꼽힌다. 지난 25일 넥센과의 연습경기에 처음으로 등판해 2이닝 동안 안타 2개로 1실점했다. 무엇보다 4사구가 한 개도 없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직구는 최고 147㎞를 찍었다. 순조로운 페이스다. 하지만 유창식은 매년 스프링캠프에서 최고의 구위와 제구력을 과시하고도 막상 시즌 들어가면 '다른 투수'가 돼버리기 일쑤였다. 제구가 마음먹은대로 안된 탓이다. 정 코치는 "유창식은 이닝을 먹고 들어가야 한다. 160이닝이 목표다. 역시 제구쪽에서 잘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한화 훈련장인 고친다구장 불펜에는 홈플레이트 위에 직사각형 모양의 흰색 줄이 설치돼 있다. 스트라이크존을 표시한 것이다. 그런데 야구규칙상의 스트라이크존보다 10~15㎝ 정도 아래에 위치해 있다. 투수들이 낮게 형성된 스트라이크존을 보고 던지면서 제구력을 가다듬으라는 의미다. 무조건 공은 낮게 던져야 하는 까닭이다. 한화 투수들에게 지상과제는 제구력 잡기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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