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KIA의 최대 고민거리는 바로 중간계투진의 완성이었다. 선발은 이미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마지막 5선발만 찾으면 됐다. 포수와 내·외야진도 치열한 주전경쟁을 통해 대략적인 구도가 나왔다. 하지만 중간계투는 여전히 물음표가 많이 따라붙고 있었다. 확실한 필승조를 찾는 것을 필두로, 중간계투진의 다양성을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하필 이번 스프링캠프 기간에 가장 많은 부상자가 나온 파트가 이 중간계투진이다. 괌에서 열린 1차 스프링캠프 때는 곽정철과 박지훈이 부상을 당했고,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는 또 베테랑 유동훈이 무릎 부상으로 캠프를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귀국하기도 했다. 이들 세 명은 모두 필승조 후보였다. 그래서 선동열 감독의 고민은 깊어졌다.
하지만 꼭 이들이 없다고 해서 팀이 약해지라는 법은 없다. 새로운 얼굴들이 가능성을 보이며 중간계투진의 세대교체를 예고하고 있다. 좌완 심동섭과 우완 한승혁, 그리고 사이드암스로 박준표, 김지훈 등이 연습경기를 통해 희망적인 모습을 계속 보여줬다.
우선 좌완 심동섭과 우완 한승혁의 좌우 듀오가 눈에 먼저 띈다. '불펜의 원투펀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투수 모두 이전보다 몇 배는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여준다. 우선 심동섭은 웨이트를 키웠다. 그러면서 공 끝에 힘이 붙었다. 구속도 이번 캠프기간에 146㎞까지 올라왔다. 스스로의 구위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공을 한결 공격적으로 던진다는 평가다. 2011시즌 필승조로도 활약했던 심동섭은 이번 캠프 기간에 5경기에 나와 5이닝 2안타 4삼진 무실점으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 볼넷이 한 개도 없었다. 왼손 필승조로 더할나위없이 믿음직스러운 모습이다.
한승혁은 실점이 좀 있긴 했다. 2월 15일 주니치전에서 2이닝 4안타 3실점, 24일 한화전에서 2이닝 2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16일 야쿠르트전 1이닝 무실점, 18일 라쿠텐전 2⅓이닝 1안타 무실점, 3월 1일 LG전 1이닝 무실점 등 좋은 모습도 있었다. 경기 내용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한승혁이 이제 더 이상 아프지 않고, 150㎞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승혁은 입단 이후 수술과 재활의 시간을 오래 보냈다. 우완 파이어볼러의 계보를 이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예상만큼 성장이 빠르지 못했다. 일단 몸이 많이 아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스프링캠프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몸 상태가 좋다. 그래서 한승혁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올해는 정말 자신감이 든다. 성적을 떠나 마음껏 던져도 아프지 않게 됐다는 것이 희망을 준다"고 했다. 이러한 자신감은 분명 시즌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들 외에도 김지훈과 박준표도 새로운 기대를 받고 있다. 불펜의 구성원 중에 사이드암스로나 언더스로형 투수가 있는 것은 팀에 큰 장점이 된다. 그래서 팀마다 이렇게 까다로운 유형의 투수를 한 두 명씩 꼭 불펜에 포함시킨다. 마무리의 임무를 맡기기도 한다. 그런데 KIA에는 믿었던 베테랑 언더핸드스로 투수 유동훈이 무릎 통증으로 지난 2월23일 귀국하는 악재가 생겼다. 그런 상황에 박준표와 김지훈의 등장은 가뭄의 단비와 같다.
특히 지난해 시즌 초반 잠시 필승조로 활약했던 박준표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준표는 지난 시즌 2군 경험을 쌓으며 한 단계 발전했다. 또 시즌 후에는 자청해서 유동훈과 함께 훈련을 하면서 선배의 노하우도 익혔다. 덕분에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5경기에 나와 6이닝 2실점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2월 15일 주니치전에서 1이닝 2실점을 한 것을 빼고는 4경기에서 계속 무실점을 이어갔다. 김지훈도 비슷한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과연 이들이 불펜의 세대교체를 이끌어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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