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상현은 지난 2009년 KIA 시절 36홈런, 127타점으로 정규시즌 MVP에 올랐고,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데뷔 이후 최고의 한 시즌을 보냈다. 오랜 기간 2군에 머물렀던 그는 당시 MVP 시상식에서 "고생하는 많은 2군 선수들에게 조금이나마 격려가 되기를 바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김상현은 이후 부상으로 인해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이듬해인 2010년, 고질적인 무릎 통증이 시즌 시작부터 그를 괴롭혔다. 그해 6월 수술을 받았고, 7월 복귀했다. 부상에도 불구, 김상현은 79경기에서 21홈런을 터뜨리는 괴력를 발휘하며 찬사를 받았다.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힘들어진 시점에서 터지기는 했으나,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활약상이었다.
하지만 2011년 김상현은 치열한 주전 경쟁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101경기에서 타율 2할5푼5리, 14홈런, 64타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12년에는 개막전에서 왼쪽 손바닥 골절상을 입고 3개월 가까이 치료에 매달리느라 32경기 출전에 그쳤다. 부상 후유증은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결국 KIA는 지난해 5월 김상현을 SK로 트레이드했다. 이만수 감독은 김상현에게 4번 자리를 맡기며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김상현은 7월 한 때 2군에 내려가는 등 부침을 거듭한 끝에 타율 2할3푼6리, 7홈런, 37타점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우여곡절 많았던 지난 4년이었다. 김상현은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마치고 지난 4일 선수단과 함께 귀국했다. 전훈 기간 13차례 연습경기에 출전해 타율 1할5푼6리(45타수 7안타), 홈런 1개, 6타점을 기록했다. 연습경기 초반 삼진당하기 일쑤였고 무안타의 부진이 이어졌지만, 중반을 넘어가면서 2루타와 홈런을 터뜨리며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지난달 25일 주니치와의 연습경기에서는 3-2로 앞선 8회 1사 만루서 상대 투수 아차라의 초구를 받아쳐 좌월 그랜드슬램을 쏘아올렸다. 이후 꾸준히 안타를 만들어내며 상승세의 타격감을 이어갔다. 27일 삼성전에서는 볼넷을 3개나 얻을 정도로 선구안도 안정감을 보였다.
김상현은 이번 시즌 SK 타선에서 가장 중요한 키를 쥐고 있다. 이 감독은 김상현을 중심타선에 포진시킬 생각이다. 연습경기에서도 주로 5번, 6번 타자로 기용했다. 3번 최 정이 오른손, 4번 루크 스캇이 왼손이기 때문에 오른손 타자인 김상현이 5번을 치면 이상적인 중심타선을 구성할 수 있다. 1번 오른손 김강민, 2번 왼손 박재상 또는 조동화, 6번 왼손 박정권까지 포함하면 '공포의 지그재그' 타선을 완성할 수 있다.
현재 김상현의 컨디션은 오름세다. 13차례의 연습경기에 모두 출전했을 정도로 몸상태도 아주 좋다. 무엇보다 부상없이 미국 플로리다와 오키나와 캠프를 소화했다는 것이 올시즌 전망을 밝게 한다. 김상현은 또 이번 시즌이 끝나면 생애 처음으로 FA 자격도 획득한다. '선수 김상현'이 진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다. SK는 8일 한화전을 시작으로 시범경기를 펼친다. 이 감독은 김상현의 페이스가 더디게 올라왔지만, 시범경기서 100%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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