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창작뮤지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수작, '프랑켄슈타인'
충무아트홀이 2년의 준비 끝에 내놓은 '프랑켄슈타인'은 창작 뮤지컬의 역사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될 만한 작품이다. 내용과 형식에서 이전 작품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탄탄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어서다.
창작 뮤지컬의 효시는 1966년 초연된 '살짜기 옵서예'로 꼽는다. '살짜기 옵서예' 이후 50년 가까이 창작 뮤지컬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명성황후'(1995)같은 대작도 등장했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999)같은 의미있는 작품도 있었지만 누적된 경험을 이어오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프랑켄슈타인'의 미덕은 창작 뮤지컬이 수십년간 지불한 무수한 '수업료'의 경험을 고스란히 작품에 반영했다는 점에 있다.
무엇보다 문법과 형식에서 뮤지컬의 틀을 완벽하게 갖췄다는 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뮤지컬은 원래 서양에서 시작된 예술장르다. 그러나 창작 뮤지컬의 역사에서, 특히 대형 작품들의 경우 '우리 것'에 대한 의미 부여 때문에 형식에서 뮤지컬의 맛이 떨어지는 작품들이 많이 탄생했다. 반면 '프랑켄슈타인'은 해외 원작을 토대로 한 창작뮤지컬이라는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해 영국의 여류작가 메리 셀리의 고전(1818)을 원작으로 택했다. '의미의 압박'에서 해방돼 자유롭게 뮤지컬을 만들었다. 주제를 담은 웅장한 서곡부터 캐릭터의 구축, 캐릭터별 음악 등 기본 형식을 갖췄고, 무대 세트와 조명, 안무 등은 웬만한 해외 뮤지컬보다 더 세련되게 표현했다. 특히 기존 틀에서 벗어난 서병구의 세련된 안무, 서숙진의 몽환적이고 웅장한 세트, 또 그 세트의 질감을 살린 민경수의 조명은 20년 넘게 뮤지컬 작업에 매진해온 관록의 힘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물론 약점도 눈에 띈다. 먼저 이야기 전개가 지나치게 서술적이다. 캐릭터들의 사연을 너무 친절하게 소개하는 듯 하다. 방대한 이야기를 은유와 상징으로 함축하는 테크닉이 아쉽다. 아울러 1막에서는 인간에 의한 생명체 창조를 통해 인간이 신의 영역에 도전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2막에서는 그렇게 해서 탄생한 피조물이 바라본 인간사회의 추함과 위선을 그린다. 1막과 2막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형식에서 굉장히 애를 썼음에도 가슴을 확 터트리는 임팩트있는 뮤지컬 넘버가 없다는 것이 가장 아쉽다.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앙리 뒤프레의 듀엣곡, 피조물의 절규 장면 등에서 마지막 순간, 음악으로 관객의 가슴을 자극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란 생각이 든다. 은유와 상징, 드라마 역시 음악으로 마무리지어야 가장 깔끔하다. 가슴을 울리는 '한 방'이 아쉽다. 귀에 꽂히는 팝 멜로디의 대표곡 한 곡이 있었다면 화룡점정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다른 창작 뮤지컬에 비하면 음악적 드라마 형식에서 진일보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연출가 왕용범은 방대한 이야기를 흔들림없이 끌고가는 힘을 보여줬다. 굉장히 무겁고 진지한 작품임에도 관객으로 하여금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만들었다. 이전 라이선스 뮤지컬 연출에서 보여줬던 재치와 감각을 넘어 이번에는 진정한 연출의 힘을 보여주었다.
'프랑켄슈타인'은 창작 뮤지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과거의 경험을 응축했고, 현재 만들 수 있는 최대치를 구현했으며, 창작뮤지컬의 킬러 콘텐츠가 곧 탄생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뮤지컬 공연장으로 자리매김한 충무아트홀이 앞장서서 이런 창작뮤지컬을 기획, 제작했다는 점도 평가해야한다. 5월11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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