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루율 높은 1번 타자를 찾고 있습니다."
20일 광주 KIA전을 앞둔 롯데 김시진 감독에게 시범경기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점이 무엇인지 질문했더니 돌아온 답이다. 출루율이 높은 1번타자. 가장 쉽게 출루해 홈까지 들어올 수 있는 인물. 그로 인해 팀의 득점력을 고르게 올려놓을 수 있는 리드오프를 찾아내는 것이 롯데의 시범경기 현안이다.
김 감독의 고민 속에 롯데의 올시즌 전략이 담겨있다. 롯데는 올해 장원준의 복귀로 막강한 선발진을 구축했다. 기존 유먼과 옥스프링 송승준의 3선발진에 장원준까지 가세하면서 9개 구단 최강의 4선발진을 갖추게 됐다. 김 감독은 "장원준이 오면서 선발 고민이 한결 줄었다"고 간단하게 말했지만, 내심 팀 전력의 상승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공격력이다. 지난해 롯데는 팀 득점이 8위(556점)에 그쳤다. 팀 출루율 역시 7위(0.345)였다. 이런 문제를 보강하기 위해 FA최준석과 외국인 타자 히메네스를 영입했다. 하지만 이들이 더 위력을 발휘하려면 테이블세터진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 중에도 1번 타자의 역할은 더더욱 크다.
그래서 롯데는 시범경기 기간에 최적의 1번 타자를 찾기 위한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20일 KIA전까지 치른 8경기에서 3명의 후보가 1번을 맡았다. 이날 전까지 7경기에서는 이승화와 김문호가 주요 검증대상이었다.
이승화가 4차례(9일 창원 NC전, 11일 상동 두산전, 16일 대구 삼성전, 19일 상동 LG전) 1번타자로 나와 타율 3할1푼6리(19타수 6안타), 김문호는 3차례(8일 창원 NC전, 15일 대구 삼성전, 18일 상동 LG전) 나와 1할5푼4리(13타수 2안타)를 각각 기록했다. 일단은 이승화의 판정승이다.
그런데 20일 광주 KIA전에는 낯선 인물이 1번 타자로 나왔다. 팀에서 가장 뛰어난 타격 솜씨를 지닌 손아섭이 1번으로 출전했다. 김 감독은 "여러가지 실험을 하는 중이다. 결국은 가장 출루율이 좋은 타자가 1번을 맡아야 한다. 손아섭도 1번을 할 수 있다. 가고시마 캠프에서부터 고려했던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손아섭은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전까지 4경기에서 타율 3할3푼3리(15타수 5안타)를 쳤는데, 1번 타자로 나선 것이 약간은 낯선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단순히 한 경기 결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이날 손아섭 뿐만 아니라 롯데 전 타자들이 KIA 선발 임준섭의 구위에 막혀 8회까지 3안타로 막혔기 때문이다. 손아섭은 분명히 리그 최정상급 출루율을 달성할 수 있는 타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김 감독은 '손아섭 1번' 카드도 심사숙고하고 있다.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 남은 시범경기를 통해 롯데의 실험은 계속될 전망이다. 확실한 1번타자를 발탁해 득점력만 키울 수 있다면 롯데는 분명 우승에 도전할 만한 팀이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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