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의 참담했던 패배가 보약이 된 것일까. KIA가 선발 임준섭의 호투를 앞세워 롯데를 제압했다.
KIA는 2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에서 3대1로 승리했다. 2시간 32분만에 끝난 깔끔한 경기. 선발로 나와 6이닝 동안 3안타 무볼넷 무실점의 쾌투를 선보인 좌완 선발 임준섭의 활약이 컸다. 여기에 1회말과 7회말에 각각 1점과 2점을 뽑아내며 8회초 1점을 만회하는 데 그친 롯데에 2점차 승리를 거뒀다.
전날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KIA는 19일 광주 SK전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다. 선발 서재응이 3이닝 만에 9안타 1볼넷으로 6실점하며 무너졌고, 특히 2-7로 뒤지던 9회초 불펜투수 이대환과 박준표가 총 12개의 안타를 얻어맞으며 무려 11점이나 내준 끝에 2대18로 대패했다.
이 경기 후 KIA 선수단은 자체 미팅을 갖고 심기일전을 결의했다. 아무리 시범경기라고는 해도, 터무니없는 대패는 선수들 스스로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장 이범호의 주도로 미팅이 이뤄진 뒤 KIA 선수들은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미팅의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우선 이날 시범경기에서 처음 선발로 나온 임준섭은 자신감을 앞세운 공격적인 피칭을 했다. 이날의 최고구속은 143㎞였는데, 무엇보다 정확한 제구력이 눈에 띄었다. 볼넷이 단 1개도 없는 것이 증거다. 또 6회까지 총 76개의 공을 던져 투구수 안배도 성공적이었다. 이런 모습이라면 아직 확정되지 않는 5선발을 맡기에 무리가 없다.
임준섭은 이날 경기를 마친 뒤 "투구 밸런스가 최근 들어서 가장 좋았다. 지난 9일 삼성전(2이닝 3안타 2실점) 때 경기 내용이 안좋았는데, 그후 많은 생각을 했다. 그 결과 공을 던질 때 보폭이 너무 커서 밸런스가 흐트러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늘은 보폭을 줄였더니 밸런스가 잡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오늘 한 경기 잘 던졌다고 해서 5선발 경쟁에서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계속 잘 해야 한다"고 신중하게 말했다.
타선도 롯데의 A급 선발인 장원준을 상대로 초반부터 집중력을 보였다. 1회말 2사 후 이범호의 볼넷과 나지완의 좌전안타로 된 1, 2루 찬스에서 김주형이 좌전 적시 2루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이어 7회에도 바뀐 투수 옥스프링을 맞이해 선두타자 신종길의 중전안타와 안치홍의 희생번트, 그리고 폭투로 2사 3루를 만든 뒤 이종환의 중월 3루타로 추가점을 냈다. 계속된 2사 3루에서 선취타점을 기록했던 김주형이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타를 쳐 3-0을 만들었다.
8회 불펜투수 김태영이 1점을 허용했으나 외국인 마무리 어센시오가 9회 세이브를 기록했다. 어센시오는 3-1로 앞선 9회 선두타자 정 훈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지만, 이후 박종윤에게 1루수 앞 병살타를 유도했다. 이어 대타 조성환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신본기를 삼진으로 잡아 시범경기 첫 세이브를 수확했다.
KIA 선동열 감독은 "임준섭이 선발 역할을 잘 해줘서 이기는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어제 투수들이 부진했는데, 오늘 만회하려는 모습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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