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투수의 전성시대가 다시 열릴까.
한국프로야구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로 떠난 뒤, 좌완 에이스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올시즌, 드디어 그 갈증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다승왕을 노리는 왼손 에이스들의 페이스가 심상치 않다.
왼손투수는 좌타자에 강하다는 통념을 고려해 보면, 우투좌타 등 인위적인 왼손타자가 많아지는 현실에 이들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일부 팀들은 라인업에 우타자보다 좌타자가 많이 배치될 정도다.
게다가 시즌이 끝나면 아시안게임도 있다. 국제대회에서도 좌완 에이스들의 활약은 중요하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태극마크를 달 진정한 에이스는 누가 있을까.
김정준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올시즌 판도를 예측하면서 "올해는 왼손투수들 중에 스타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김광현 양현종 장원준의 다승왕 싸움이 재미있을 것 같다. 토종과 외국인투수 간의 싸움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올시즌 '좌완 빅3'는 SK 와이번스 김광현, KIA 타이거즈 양현종, 롯데 자이언츠 장원준이 꼽히고 있다. 세 명 모두 15승 이상을 기록한 적이 있는 에이스급 투수다. 올해 각 팀의 에이스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SK는 혼전 양상의 2014시즌 판도 예측에서 강팀으로 분류되는 일이 많다. 이순철, 김재현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아예 SK를 우승후보로 지목할 정도다. 주전들의 대부분이 예비 FA인 점도 중요한 요소지만, 그보다는 김광현의 존재감이 크다. 과거 보여준 에이스의 풍모를 재현하고 있어 올해는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줄 것이란 예측이다.
강팀에는 에이스가 존재한다. 어떤 위기 상황이 와도 팀을 구할 만한 독보적인 투수의 존재가 절대적이다. 과거 김광현은 이런 그림에 부합하는 선수였다. 류현진과 함께 한국프로야구를 이끌었다. 2008년과 2010년 다승왕(16승, 17승)으로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주역이었다.
하지만 2011년부터 부상이 그를 괴롭혔고, 평범한 투수로 전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승(9패)으로 부활의 전주곡을 울리더니, 올해는 스프링캠프부터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하며 데뷔 첫 개막전 선발로 낙점됐다.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 역시 그에게 중요하다. 부족한 FA 등록일수를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김광현은 "나라에 진 빚이 있다고 생각한다. 금메달로 보답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아시안게임 이후 해외진출이 가능한 7년을 채우게 되면,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다. 여러모로 그에게 중요한 시즌이다.
KIA 양현종은 지난해 전반기에만 9승을 올리며 다승왕 페이스를 보이다 불의의 옆구리 부상으로 더이상 승수 추가를 하지 못했다. 생애 처음 다승왕을 노릴 기회였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게다가 팀은 자신의 부상과 함께 추락해 신생팀 NC에 밀려 8위라는 굴욕적인 순위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양현종은 지난 2010년 16승(8패)으로 다승 2위에 올랐다. 1승이 부족해 김광현에게 다승왕을 내줘야 했다. 이후 3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올리지 못했다. 올해는 개인이나 팀을 위해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KIA가 새 구장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치르는 첫 시즌임을 감안하면, 에이스 양현종의 부활이 절실히 필요하다.
시범경기에서도 양현종은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3경기서 14⅓이닝을 던져 1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1승 평균자책점 0. 시범경기만 놓고 보면, 김광현(2경기 6⅔이닝 1승 평균자책점 1.35)보다도 뛰어난 성적이었다.
'빅3'의 마지막 주자는 롯데 장원준이다. 장원준은 경찰청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팀으로 복귀했다. 입대 직전인 2011년 15승(6패)으로 다승 3위에 오르며, 에이스 역할을 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롯데가 다시 4강 후보 중 한 팀으로 꼽히게 된 데는 장원준의 가세가 컸다. 전문가들은 15승을 올릴 수 있는 선발투수가 돌아왔기에 충분히 지난해보다 승수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장원준에게 올시즌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올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최근 FA들의 몸값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솟고 있는 걸 감안하면, 장원준의 주가도 하늘을 찌를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지난해 좌완 장원삼이 삼성 라이온즈와 재계약하며 받은 4년간 60억원이 척도가 될 수 있다. 이는 투수 역대 최고 몸값이다. 장원준에게 확실한 동기부여가 될 수밖에 없다.
'빅3' 외에 도전자들도 있다. 역대 투수 FA 최고액에 계약한 삼성 장원삼이나 지난해 두산 베어스의 좌완 갈증을 풀어준 유희관 등도 주목받는 왼손투수들이다. 여기에 롯데 유먼이나 넥센 밴헤켄, SK 레이예스, 한화 앨버스 등 외국인투수들도 토종들과 경쟁할 태세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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