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프 심창민(21)은 지난 2년 동안 삼성 라이온즈 불펜에서 살아남았다. 투수 왕국인 삼성 구단에서 이렇게 어리고 경험이 적은 선수가 생존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는 기대이상으로 잘 버텨주었다. 지금 심창민의 옆엔 입단 동기도 친구도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심창민을 제2의 임창용 처럼 강력한 옆구리 투수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최근 대구구장에서 만난 심창민은 2014시즌엔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고 싶다. 오승환 선배님 처럼 타자들에게 위압감을 주는 선수이고 싶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분명히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사이드암인데도 불구하고 140㎞ 후반대의 빠른 공을 뿌렸다. 공의 무브먼트가 좋아 타자 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젊은 시절 임창용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2012시즌 2승2패1세이브5홀드를 했고, 지난해엔 50경기에 등판 1승2세이브14홀드를 기록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심창민의 구위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일부에선 심창민이 삼성 같은 투타 전력이 강한 팀 덕을 많이 본다면서 부잣집 도련님에 빗대기도 했다. 심창민이 조금 못 던져도 다음 투수 안지만 오승환이 그 실수를 가려주는 면도 없지 않았다. 오승환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일본 한신 타이거즈로 이적했다. 대신 최근 임창용이 삼성으로 복귀했다. 심창민의 이번 시즌 역할은 변함이 없다. 류중일 감독은 임창용을 마무리로 기용할 생각이고, 안지만에게 마무리 바로 앞 셋업맨 보직을 맡길 계획을 갖고 있다. 임창용이 흔들릴 경우 안지만이 마무리로 갈 수도 있다.
심창민이 밝힌 자신의 로망은 이런 거였다. "내가 마운드에 나오면 다른 팀에서 지고 들어가는 느낌을 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내 자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그는 올해 스스로 강하다는 걸 입증해보이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삼성의 '잘난' 선배 투수들의 도움을 받았었다.
심창민은 1일 대전 한화전, 8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강타자 김태균을 힘으로 눌렀다. 직구 승부를 통해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실점 위기를 막아냈다. 9회말엔 첫 타자 정현석을 삼진으로 처리하고 마무리 안지만에게 바통을 넘겼다. 9회 삼성이 동점과 역전 홈런을 치면서 심창민은 시즌 첫 승리 투수의 행운까지 차지했다.
그는 지난 겨울 동안 제구력을 잡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동안 구위만 믿고 자신만만하게 마운드에 올랐다가 제구가 안 돼 두들겨 맞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심창민은 오승환을 '큰 산'이라고 불렀다. 심창민은 오승환의 원정 룸메이트였다. 큰 산은 떠나면서 후배에게 무슨 얘기를 해주었을까. 오승환은 평소 심창민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심창민은 "큰 산이 이 얘기를 해주고 갔다. 연봉 많이 받아라. 프로는 돈이고, 그게 자기 가치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9월 인천아시안게임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했다. 대표로 뽑혀 금메달을 따면 병역특례 자격을 받을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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