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대로 시즌 초부터 외국인 타자들의 활약이 승부에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2일 열린 경기만 보더라도 두산은 넥센전에서 2회 칸투의 선제 홈런으로 승기를 잡았고, SK는 LG전에서 스캇이 두 차례 찬스서 범타로 물러나는 등 4타수 무안타에 그치는 바람에 패했다. 3년만에 등장한 외국인 타자들의 활약에 따라 각 팀의 운명이 엇갈리고 있다. 재미있게 봐야할 것은 외국인 타자 9명의 타순이다. 이들은 각각 1번부터 7번까지 다양하게 타순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찬스에서 한 방 쳐줄 수 있는 거포들이 대부분이라 4번 타순이 가장 많다. 칸투와 스캇 말고도 LG 조쉬벨이 4번 타순서 치고 있다. 부상중인 롯데 히메네스도 복귀하면 4번타자로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한화 피에는 3번, NC 테임즈는 5번, 삼성 나바로는 2번, KIA 필은 6번, 넥센 로티노는 7번 타순을 각각 맡고 있다. 이들이 제대로 된 타순을 차지하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즌 시작부터 신뢰감을 잃어가고 있는 로티노는 결국 이날 두산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9회 대타로 나가 2루타를 치기는 했지만 넥센 타선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다. 그러나 외국인 타자가 7번을 친다면 자존심 문제가 거론될 수도 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로티노의 7번 타순에 대해 "일본에서도 그렇게 쳤다. 중심타선에 들어갈 수 있는 타자는 아니다. 2할7푼 정도만 쳐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로티노는 수비 실력이 뛰어나고 맞히는 능력이 좋지 많은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는 아니다. 하위타선에도 '핵'이 있어야 한다는 염 감독은 로티노에게 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KIA 필 역시 거포 스타일은 아니다. 선동열 감독은 "중장거리 유형의 타자지만, 중심타선에 넣기는 조금 애매하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발이 빠르거나 선구안이 좋은 타자도 아니라 테이블세터로 기용할 수도 없다. 찬스에서 한 방 치는 6번이 이상적이라는 설명이다. KIA의 외국인 선수 구성과도 관련이 있다. 홀튼이 선발로 나서는 날, 필은 벤치를 지킨다. 마무리 투수도 외국인 선수인 어센시오이기 때문이다. 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외국인 선수는 2명. 4번을 치는 거포를 홀튼이 선발로 등판하는 경기에서 매번 뺄 수는 없다.
삼성 나바로는 지난달 29일 KIA와의 개막전에서 7번을 쳤다가 이후에는 계속 2번 타순에 기용되고 있다. 발이 빠르고 수비력도 갖추고 있는 나바로 역시 중장거리 스타일이다. 이날 현재 타율 2할5푼에 2홈런, 6타점을 기록중이다. 팀내 홈런, 타점 1위다. 류중일 감독은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이 중심을 확실하게 차지하고 있다. 나바로는 지금 타순이 가장 좋다"고 했다. 류 감독의 말대로 나바로가 2번 타순에 자리잡으면서 삼성은 상위타선에서 출루와 장타력을 모두 기대할 수 있게 됐다.
2경기서 8타수 2안타를 친 NC 테임즈는 5번이 이상적이라는 분석이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해 20홈런을 때린 베테랑 이호준을 올해도 붙박이 4번타자로 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거포 스타일의 테임즈가 4번을 맡아도 되지만 팀 타순의 특성을 보면 5번이 적당하다. 3번에 넣지 않는 것도 상위타순의 출루율과 기동력을 감안해서다. NC는 박민우 김종호 이종욱이 1~3번을 맡고 있다. 기동력과 출루능력을 지닌 선수들을 앞타순에 배치, 시작부터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이다.
한화 피에는 다재다능한 선수다. 장타력, 정확성, 기동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 테이블세터, 중심타순에 모두 어울리는 타자다. 그래서 3번 타순이 이상적이라는 평가다. 한화는 이용규, 정근우, 피에를 1~3번에 기용해 득점력을 높이고 있다. 2일 삼성전에서 이들은 6회 6점을 뽑는 과정에서 모두 안타를 뽑아냈다.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부활은 이들의 활약 덕분이다.
칸투, 스캇, 조쉬벨, 히메네스는 각각 팀내에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장타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4번타자로 내정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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