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네가 잘 친거야. 다음에는 절대 안봐준다."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의 홈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경기 전 3루 덕아웃 뒷편은 사랑방이 된다. 홈팀 LG는 1루 덕아웃을 사용하지만 선수단 라커는 3루쪽에 위치해있다. 때문에 홈팀 선수들이 먼저 훈련을 마친 후 3루쪽 덕아웃으로 갈 때, 이어지는 훈련을 하기 위해 대기중인 3루쪽 원정팀 선수들과 자연스럽게 마주치게 된다. 서로들 인사를 나누고, 친분이 있는 선수들끼리는 가벼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3일 열린 LG와 SK 와이번스의 경기를 앞두고도 그랬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서로를 쓰러뜨려야하는 적이지만, 밖에서는 함께 야구를 하는 선,후배 그리고 친구들이다. 많은 선수들 중 유독 두 사람의 만남이 눈에 띄었으니 LG 김용의와 SK 윤희상이었다. 김용의는 하루 전 윤희상에게 아픔을 줬다. SK 선발로 나섰던 윤희상은 팀이 3-1로 앞서던 6회 대타로 등장한 김용의에게 동점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그렇게 경기 분위기가 LG쪽으로 넘어갔고 경기는 8대3 LG의 승리로 끝났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친구사이다. 선린인터넷고 동기동창이다. 김용의는 "서로의 집을 왕래할 정도다. 내가 희상이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른다"라며 각별한 사이라고 했다. 그렇게 친한 사이인데, 친구를 강판시키는 동점타를 쳤으니 아무리 냉정한 프로의 세계라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김용의가 멋쩍게 윤희상을 껴안으며 미안하다는 표시를 하자 윤희상은 "네가 정말 잘친거야"라며 친구에게 엄지를 치켜 세운다. 김용의는 윤희상의 바깥쪽 포크볼을 잘 밀어쳐 안타를 만들어냈는데, 사실 윤희상은 땅에 떨어질 정도의 낮은 공을 던지려 했으나 공이 손에서 빠지며 실투가 됐다고 설명했다. 윤희상은 김용의에게 "다음에는 절대 안봐준다. 제대로 다시 한 번 붙어보자"며 씩씩한 모습을 보였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 뒷편에, 보는 사람들을 훈훈하게 만드는 두 친구의 멋진 우정이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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