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꼬우면 성적 내야죠. 어쩌겠어요."
김형호 단장은 아쉬운 한 숨을 쏟아냈다. 텃세가 있을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2014년 세계여자아이스하키 선수권 디비전 2 그룹A에 출전한 한국은 상대팀과 경쟁은 물론이고 텃세와도 전쟁을 치르고 있다.
아이스하키는 나라별로 수준차가 크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은 수준별로 세계선수권대회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 가장 수준 높은 팀들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경기를 펼친다. 뒤에 아무것도 붙지 않는다. 1부리그인 셈이다. 2014년 세계선수권대회는 소치올림픽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올림픽에 나서지 못한 팀들은 실력순대로 아래 디비전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한다. 세계선수권대회라는 명칭 뒤에 디비전과 그룹명이 붙는다. 2부리그가 디비전 1 그룹A, 3부리그는 디비전1 그룹B다. 한국은 4부리그인 디비전 2 그룹A의 신입생이다. 지난해 스페인 푸이그세르다에서 열린 2013년 세계여자아이스하키선수권 디비전 2 그룹 B에서 우승해 승격했다. 이번 이번 대회에서 3위 이내 입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이스하키는 전통적으로 성적순이다. IIHF가 제공하는 팀호텔 역시 성적에 따라 차등 배분한다. 일단 홈팀이 가장 좋은 호텔을 사용한다. 일종의 홈어드밴티지다. 이후 성적대로 호텔의 시설이나 급수가 다르다. 물론 도시가 크고 호텔이 많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대회가 열리는 이탈리아 아시아고는 인구 6500명의 작은 마을이다. 알프스산 자락에 있다. 교통편도 열악하다. 베네치아에서 차로 1시간 30분 이상 들어가야 한다. 들어가는 길은 첩첩 산중이다. 옛날 대관령길처럼 산을 타고 올라간다. 대중교통이라고는 하루에 3대만 오가는 버스 뿐이다. 스키리조트가 부근이기에 호텔들이 많기는 하지만 다들 소형 호텔들이다. 홈팀 이탈리아는 그나마 크고 시설이 좋은 호텔에서 생활한다. 한국에게는 가장 열악한 호텔이 배정됐다. 샤워하기 위해 물을 틀면 10분 정도 기다려야 온수가 나온다. 방음 시설도 열악해 옆방에서의 소리가 다 들릴 정도다. 경기장 내 라커룸도 성적에 따라 차등배분된다. 한국은 여러개의 라커룸 가운데 가장 작은 곳을 배정받았다.
각국 선수단의 텃세도 심하다. 대회가 열리기 전 김형호 단장은 공식 미팅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주범은 린 버튼 영국 단장이었다. 지난해 영국 남자팀은 한국에게 지면서 디비전1 그룹B로 내려갔다. 그 때 남자팀도 버튼 단장이 이끌었다. 그 원한 때문인지 공식 미팅 내내 버튼 단장은 김 단장에게 말도 섞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버튼 단장은 같은 영연방 국가인 호주와 뉴질랜드까지 선동해 한국을 무시하고 있다.
다만 다행인 것은 아시아고 사람들이다. 호텔 스태프들이 좋다. 한국이 사용하는 호텔은 일가족이 운영한다. 영어는 잘 통하지 않아도 다들 친절하다. 선수들이 가져온 즉석밥도 잘 데워준다. 선수들이 한국 음식을 원하면 주방도 빌려줄 정도다. 선수들 모두 직원들이 너무 친절하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시아고 사람들도 다들 한국 선수들에게 잘 대해준다. 김 단장은 "결국 실력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영국이 얼마나 잘하는지는 몰라도 콧대를 누르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아시아고(이탈리아)=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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