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제가 맡은 역할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려 합니다. 그러면 저에 대한 가치 판단도 좋게 내려지지 않을까요."
프로야구 9개 팀 감독들이 라인업을 짤 때 가장 고민하는 자리가 바로 톱타자다. 어떤 선수를 1번 타순에 배치하고, 그 선수가 어떤 성적을 내고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팀 경기력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LG 트윈스도 1번 타순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2000년대 중후반 1번 자리를 차지했던 이대형(현 KIA)이 타격에서 부진하자 여러 1번 후보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내가 톱타자다'라고 확실하게 인상을 심어준 선수가 없었다. 지난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오지환이 1번에서 치다가 베테랑 박용택이 타순을 옮겨 톱타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다르다. 박용택이라는 확실한 1번타자가 있다. 매 시즌 LG의 중심타선에서 호쾌한 타격을 보여줬던 박용택이지만 이제 역할이 달라졌다. 출루를 위해 사는 남자가 됐다.
박용택의 방망이와 발이 뜨겁다. 박용택은 9일 부산 롯데전까지 25타수 11안타, 타율 4할4푼을 기록중이다. 도루도 2개를 기록했다. 홈런은 없지만 출루율이 6할1푼1리로 높다. 타석에서 장타 욕심을 버리고 툭툭 맞히며 살아나가려는 의지를 많이 보여준다. 완벽한 1번타자로 변신중이다.
박용택은 "시즌 전부터 일찌감치 1번타자 역할을 준비하기는 처음이었다"며 "내게 주어진 역할이 있기에 변신을 시도했다. 1번타자로서 갖춰야 할 부분을 많이 준비했다"고 밝혔다. 타수도 많아지고 도루 기회도 많이 잡아야 한다. 체력이 필수다. 박용택은 비시즌 동안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였다. 특히, 많이 뛰기 위해 노력했다. 박용택은 "누상에서 그냥 서있는 것과 도루를 하기 위해 집중을 하고 있는 것은 천지차이다. 체력이 몇 배가 소모된다. 부상 위험도 있다. 하지만 내가 해야 한다. 결국, 시즌 내내 몸관리를 잘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고 담담히 말했다. 수치로 딱 정할 수는 없지만, 1번타자라면 30도루 정도는 해야 제 역할을 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게 박용택의 생각이다.
1번타자는 희생 없이 만들어질 수 없는 자리다. 모든 타자들은 중심 타선에서 경기에 임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고, 성적도 좋아진다. 타자들의 로망은 홈런과 타점이다. 그 선수의 가치를 가장 높여줄 수 있는 두 기록이다. 하지만 1번타자에게 홈런과 타점은 잡을라야 잡기 힘든 기록이다. 중심타선이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조력자 역할을 해야한다. 늘 중심타선에서 활약해온 박용택이다. 박용택은 "타점을 올릴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선수라면 누구든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서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서도 "올시즌은 완전히 달라지기 위해 마음을 먹었다. 눈에 보이는 성적에 큰 미련이 없다"고 밝혔다.
박용택은 올시즌을 마치면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다. 선수라면 당연히 욕심이 난다. 박용택은 "1번타자로 뛰기 때문에 기록적인 측면에서는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야구를 단순히 보는 추세가 아니지 않은가. 내 맡은 역할을 잘하면 그 부분을 좋게 평가해줄 것이라 믿는다. 타점이 떨어진다면 출루율을 높이면 된다"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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