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김시진 감독이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팀의 고참급 선수들을 전부 2군으로 내려보냈다. 팀이 대위기를 맞은 순간에 꺼내들 카드를 일찌감치 내밀었다.
김 감독은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4대7로 패한 뒤 조성환 장성호 용덕한에게 2군행을 지시했다. 8일 LG전에서 3번의 만루 찬스를 놓치며 12회 연장 승부 끝에 2대2 무승부를 기록했고, 9일 경기에서도 잡을 수 있었던 흐름을 놓치며 패했다.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런 극단적인 조치를 할지는 선수단 내부에서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고참들의 2군행 통보에 나머지 선수들도 경기 후 이 선수들이 쓸쓸히 짐을 챙길 때까지 라커룸을 쉽게 떠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롯데는 외국인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를 뽑아놓고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햄스트링 부상도 있었지만, 2군 경기에서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탓이 컸다. 한 번은 2군 경기에서 롯데 타선이 타자 일순하며 열을 올리고 있는데 그 중 아웃 카운트 2개를 히메네스가 혼자 당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9일 울산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군 경기에서 홈런을 때려냈다. 주전 여부를 떠나, 마땅한 대타 자원마저 없는 롯데의 현실을 생각하면 히메네스의 장타 한방이 그리웠을 수 있다.
포수 장성우의 복귀를 위해 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측면도 있었다. 사생활 문제로 2군에 내려가있는 장성우지만, 본인이 가진 기량만 보여준다면 백업 포수 역할은 물론, 타선에서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다. 투수 김사율은 10일 경기 선발 등판을 위해 1군에 등록된다.
문제는 이런 엔트리 조정이 선수단에 미치는 영향이다. 2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가 1군에 올라오는 일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렇게 극단적으로 팀을 이끌던 고참 선수들을 한 번에 정리하는 것은 선수단이 흔들릴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우리가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는건가', '우리 팀이 큰 위기에 빠졌나'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롯데는 3승1무3패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단순히 LG와의 2경기에서 조금은 부족한 경기력을 보여줬는데, 이는 시즌을 치르다보면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장면이다.
김시진 감독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롯데는 올시즌 꼭 우승을 차지해야 한다. 선수단, 경기장 등에 대대적인 투자를 했다. 구단 고위층은 "투자를 했으니 성과를 보여달라"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다. 현장에서 압박감을 크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 압박감이 시즌을 치르는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시즌은 길다. 멀리 내다보고 차분하게 팀을 운영하는 것이 좋은 성과를 거두는 길로 연결 될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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