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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제라드의 눈물'과 '24년 묵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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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13일 밤(한국시각)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4라운드, 리버풀이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를 3-2로 눌렀다. 경기 후 동료들을 불러 모은 제라드는 눈물을 훔치며 콥의 24년 묵은 꿈을 어루만졌다. '혹 때론 누군가가 뜻 모를 비웃음 내 등 뒤에 흘릴 때도 참아야 했던' 리버풀의 심장은 '7버풀'이란 조롱을 뒤로하고 생애 첫 리그 우승에 한발 더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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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게도 공격하는 순간이 곧 가장 위험한 상황이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전형은 넓어지기 마련. 이 과정에서 볼이 끊겼을 때 늘어졌던 블록을 재차 좁혀 상대를 옥죄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맨시티가 전반전에 내준 두 골도 공격에 몰두하던 중 수비진에 충분한 숫자를 두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허둥지둥 본래 수비 대형으로 복귀하려 했으나, 단번에 넘어온 볼에 빈틈 없이 대응하기는 불가능했다. 맨시티 수비진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지공에서의 정상적인 수비 상황이 아니었을 때, 공간을 주고 벌이는 속도전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버겁다는 것을 말이다.

전반 6분 만에 터진 스털링의 골도 그랬다. 공격 도중 리버풀 진영에서 넘어온 롱볼의 낙하 지점은 이미 수아레즈가 선점했다. 뒷공간을 의식한 데미첼리스는 더 덤빌 수 없었고 주위에 있던 클리쉬가 접근했으나, 기가 막히게 등을 지며 볼을 지켜냈다. 페르난지뉴의 수비 영향력이 미치지 못한 진영에서 완벽히 돌아선 수아레즈는 '완전한 시야-콤파니의 뒷공간-스털링의 침투'라는 패스 조건을 갖춘다. 콤파니와 조하트 사이엔 10m 내외의 공간이 존재했고, 패스는 지독히도 교묘하게 들어갔다. 스털링의 퍼스트 터치가 슈팅 타이밍을 깎아 먹었음에도 골문으로 복귀하지 못한 조하트는 슈팅 각도를 다시 열어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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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26분 추가골 상황도 마찬가지다. 되감기를 통해 코너킥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따져볼까. 맨시티는 인플레이 상황에서도 상대 페널티박스 안에 6명이나 들어가는 극강의 공격을 펼쳤는데, 플래너건이 길게 걷어낸 동작 하나에 이들은 완전히 무너졌다. 수아레즈가 스털링에게 볼을 내준 뒤 돌아나가면서 맨시티 진영엔 '리버풀 공격 3 vs 맨시티 수비 4'의 국지전이 벌어진다. 리버풀의 쓰리톱은 빠르기만 한 게 아니다. 안정된 기본기에 힘까지 갖췄으며, 적절한 판단력까지 장착한 선수들이다. 턴 동작이 매끄러워 상대 수비를 흔들어놓은 뒤 다음 동작을 이어나가는 템포가 미친 듯이 빠르다. 맨시티가 뒷걸음질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역습에 이은 두 번의 코너킥도 박수를 받을 만했다. 첫 번째 쿠티뉴의 킥 상황에서는 제라드가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헤딩을 했다. 제코나 페르난지뉴는 타점을 전혀 방해하지 못했다. 더 주목할 점은 두 번째 제라드의 킥 상황이다. 키커가 쿠티뉴에서 제라드로 바뀌면서 박스 내 높이 싸움엔 변화가 생겼고, 스크르텔의 위치와 역할에도 수정이 가해졌다. 이전 장면에서 뒤로 돌아들어 가며 흐르는 볼을 노렸던 이 선수는 콤파니와의 사전 경합에서 버티며 자신이 뛰어나갈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제라드의 킥은 쿠티뉴의 그것보다 짧게 날아들었고, 스크르텔은 잘라 먹는 헤딩으로 추가골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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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의 가장 큰 실수는 후반 시작과 함께 나왔다. 전반 끝자락부터 맨시티의 기세가 살았다고는 하지만, 이곳은 안필드였고 두 골이나 앞선 그들에게 경기 운영의 선택권이 있었다. 템포를 늦춰 상대를 급하게 할 수도 있었고, 맹렬히 몰아쳐 수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맨시티에 분위기를 내주면서 모든 게 꼬였다. 밀너는 오버래핑에 나선 사발레타와 함께 플래너건을 괴롭혔고, 실바와 나스리는 안으로 좁히고 밖으로 넓히면서 글랜존슨을 혼란스럽게 했다. 후반 12분과 17분, 맨시티의 두 골은 불과 5분 만에 터졌다. 리버풀에도 공격적인 기회는 왔으나, 집중력 저하와 조급함이란 멘탈적인 문제가 뒤따랐다.

리버풀이 가까스로 회생한 데엔 콤파니의 도움이 있었다. 볼 처리 과정에서 나온 치명적인 실수를 쿠티뉴는 '위성 수리 골'로 연결했다. 이런 실수 앞에 전략과 전술은 무의미했으며, 우승 경쟁자 리버풀에 승점 2점을 더 얹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모든 걸 단정짓는 것은 시기상조다. 2주 뒤 첼시전이 지나야 확실한 무언가가 나올 것이며, 경우에 따라 최종 라운드까지 가야 할 지도 모른다. 다만 지난 2월 초 "솔직한 의견으로 우승 도전은 아직 이르다."라고 했던 로저스 감독의 꿈과 야망이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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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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