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의 세계다.
혈전 끝에 최정점인 프로에 올라도 경쟁은 계속된다. 내로라 하는 선수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빛을 발휘하기는 더욱 어렵다. 때문에 세 자릿수 경기 출전의 의미가 더 크다. 꾸준함의 상징이자 최고의 기량을 발휘한 증표다. 훈장같은 기록이다.
포항 골키퍼 신화용(31)은 지난 12일 제주전에서 프로통산 200경기 출전을 달성했다. 골키퍼는 고독하다. 필드 플레이어와 달리 골문을 지키는 것 외엔 답이 없는 자리다. 실점의 책임을 모두 떠안아야 하는 막중한 부담감도 안고 있다. 골키퍼 치고는 작은 1m81의 신화용은 2004년 프로 데뷔 후 김병지 정성룡 등 강력한 경쟁자들과 싸워왔다. 200경기까지 오기에는 수많은 좌절과 눈물이 있었다.
신화용이 바라본 200경기 출전의 비결은 뭘까. "다가오는 경기에만 집중할 뿐이다. 너무 멀리 보면 더 어려워진다. 1경기만 생각하면 플레이가 더 좋다." 누구나 욕심을 갖고 있다. 신화용도 마찬가지다. "현역생활을 잘 마무리 하고 지도자 등 새로운 인생을 생각해 볼 때도 있다"고 밝힌 신화용은 "부모님은 항상 '네 일(축구)을 열심히 하라'고 말씀하신다. 지금은 잔소리 같지만, 결국 그게 정답이다. (주전 골키퍼가) 아직 완벽하게 내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포항의 더블에 일조한 수호신 치고는 너무 긴장하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게 현실이다. "내 체격(1m81)이 골키퍼 치고 그리 큰 편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항상 (체격이) 문제였다. 중-고교 진학 당시도 체격이 문제였고,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던 시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를 원한 팀이 있었고, 결국 기회를 잡았다. 고맙기만 할 따름이다."
포항은 리그 초반 10경기 연속 실점을 했다.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신화용은 "지난해 후반기 실점 당시 상황이 올 초반에 다 나온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지난해보다 (골문 쪽으로) 볼이 많이 넘어왔다. 1초 전까지 수비수들과 내 위치를 체크했음에도 순간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실점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특히 그런 장면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최근 포항은 경남 제주를 상대로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이에 대해 신화용은 "우리 팀은 분위기를 한 번 타기 시작하면 쭉 이어지는 힘이 있다. 지난해 연속 2실점을 하는 경기가 이어졌지만, 흐름을 되찾은 뒤에는 나아졌다"며 수비라인의 안정감이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골키퍼를 나이로 말하는 시대는 지났다. 40세를 넘긴 김병지(전남) 등 노장 골키퍼들의 전성시대다. 이제 30세를 넘긴 신화용이 앞으로 뛸 시간이 더 많아 보인다. 신화용은 "김병지 최은성 같은 선배들을 보면 그저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면서 후배들이 따라가야 할 길을 만들어줬다. 내 자신도 동기부여가 되는 부분"이라며 활약을 다짐했다.
신화용의 마지막 목표는 무엇일까. 한침을 골몰하다 겨우 입을 떼었다. "2009년에는 7개의 우승메달을 따내자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이 목표를 다 채웠다. 단기적인 목표는 10개의 메달을 얻는 것이다. 더 넓게 보면 누구나 인정하는 골키퍼가 되고 싶다. 가끔 타 팀 팬들이 인터넷을 통해 '싫다' '얄밉다' 는 이야기를 한다. 그런 글을 볼 때마다 작은 희열을 느낀다. 나중에 내 이름을 말할 때 '자타공인 최고의 골키퍼'가 되고 싶다."
오사카(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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