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원정보단 낫죠."
집안 싸움이 됐다. 하지만 악재보다 호재가 많다.
포항이 아시아 정상 탈환 길목에서 '절대1강' 전북과 만난다. 전북은 22일 멜버른과의 2014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본선 조별리그 G조 최종전에서 0대0으로 비기면서 2위로 16강에 올랐다. 이에 따라 E조 1위를 조기 확정지은 포항과 오는 5월 6일과 13일 각각 16강 홈 앤드 어웨이 승부를 펼치게 됐다. 1차전은 전주월드컵경기장, 2차전은 포항 스틸야드에서 치러진다. 한국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두 팀이 정상으로 가는 길목 초입에서 만나 승패를 가려야 하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양팀 모두 장거리 원정에 대한 부담을 덜고 가장 잘 아는 적수와 만나는 점을 기회로 생각할 만하다. 포항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전북이 탈락했다면 호주 멜버른까지 편도 10시간이 넘는 장거리 원정을 떠나야 했다. 체력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포항에겐 치명타가 될 수도 있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부리람과의 E조 최종전을 하루 앞두고 열린 전북-멜버른전을 유심히 지켜봤다. 포항 선수단도 대혼전 속에 치러진 G조 16강 다툼의 명암을 확인했다. 황 감독은 전북과의 16강전을 두고 "호주 원정을 가는 것보단 낫지 않느냐"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역시 파워가 넘친다. 좋은 선수들이 포진되어 있고 조직적으로도 훌륭한 팀이다."
황 감독 체제의 포항에게 전북은 좋은 추억이다. 2011년 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래 전북과의 13차례 맞대결에서 9승(1무3패)을 수확했다. 최근 전적에서도 4경기 연속 무패(3승1무·FA컵 결승전 승부차기 승은 무승부로 처리) 중이다. 위기 때마다 보약이 됐다. 지난해 후반기 초반 부진 속에 치른 FA컵 결승전에선 승부차기 접전 끝에 전북을 넘어 우승을 차지했다. 이 힘이 클래식 제패로 사상 첫 한 시즌 더블(리그-FA컵 동시우승)의 원동력이 됐다. 올 시즌에도 초반 흔들림을 간신히 이겨낸 상황서 만난 전북을 상대로 3대1로 역전승하면서 무패 행진과 3시즌 만의 ACL 16강행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전북은 여전히 위협적인 상대다. 이동국을 위시로 클래식 최정상급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이동국의 부상 투혼으로 팀 정신은 최근 더욱 단단해졌다. 기복이 심했던 경기력도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최강희 전북 감독의 팔색조 용병술은 언제든 승부의 흐름을 뒤바꿀 수 있다. '절대1강'의 칭호가 그냥 붙는 게 아니다.
자신감을 버릴 필요는 없다. 그러나 승패의 명암은 변덕스럽다. 때문에 자만은 독이다. 황 감독과 포항 모두 13차례의 맞대결 추억을 지웠다. 황 감독은 "ACL 16강부턴 단판승부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며 "이전의 내용과 결과는 무의미 하다. 철저히 준비를 하고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절대1강'과 '현재1강'의 피튀기는 승부의 막이 올랐다.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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