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의 팀 이름에는 모기업 엔씨소프트 외에도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 중에서도 새로운 기회(New Chance)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창단 이후 기회를 잃었던 많은 선수들에게 꾸준히 새로운 기회를 줘왔다. 은퇴의 기로에 놓인 베테랑부터, 아무도 모르던 무명선수들까지 NC에서 새 기회를 잡았다.
특히 올시즌에는 소리 소문 없이 방출됐던 무명들의 반란이 화제다. 팀에서 방출이 돼도 아무도 몰랐던, 그런 선수들이 NC에서 1군 선수로 거듭났다. 현재 NC의 마무리 김진성을 시작으로, 필승계투조로 떠오른 원종현, 좌완 불펜요원 홍성용 등이 그 주인공이다. 세 명 모두 과거 다른 팀에 입단했다 조용히 방출된 경력을 갖고 있다.
이들에겐 마운드에 오르는 매 순간이 소중하다. 모두 방출 이후에도 한 두차례씩 실패의 쓴맛을 맛봤기에 매순간이 더욱 절실하다.
김진성과 원종현은 창단 첫 시즌 퓨처스리그(2군)부터 함께 했는데 지난 시즌까지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3년만에 1군 선수로 거듭났으니, 더욱 애절하기만 하다. NC 입단 후 최일언 투수코치의 지도 아래 백지상태에서 시작해 완전히 새로운 폼을 만들었다. 김진성은 마치 초등학생처럼 처음부터 다시 가르쳤고, 원종현은 고심 끝에 스리쿼터형으로 팔각도와 폼을 수정했다.
홍성용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NC에 입단했으나, 한국을 떠나 일본 독립리그에서 5년이나 고생했다. 현재 그의 투구폼은 야구인 모두에게 화제다. 마치 탈춤을 연상시키는 듯한 그의 독특한 투구폼은 5년간 지속된 고민의 산물이다. 끊임없이 살아남기 위해 변화했다. 폼이 특이하다고 웃고 넘길 부분이 아니다. 자신에게 맞는다면, 생존을 위해 우스꽝스러운 폼도 마다하지 않았다.
평소 선수들 칭찬에 인색한 김경문 감독도 이들의 활약을 보면 흐뭇하기만 하다. 가끔씩 이례적으로 "칭찬할 건 해야겠다"며 먼저 이들의 홍보에 나설 정도다. 사실 NC는 시즌 전 불펜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하지만 이들이 성공적으로 필승조에 자리잡으면서 고민을 조금 덜었다. 김 감독은 "시즌 전엔 다소 걱정이 있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잘 던져주고 있다"며 웃었다.
김 감독은 어려운 시간을 겪은 이들의 성공이 다른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길 바란다. 지금도 수많은 선수들이 2군에서 구슬땀을 흘리지만, 어느 순간 아무도 모르게 유니폼을 벗는다. 김 감독은 이들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그는 "그런 선수들이 잘해야 좋다. 많은 이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잘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선수들은 그동안과 달라진 점에 대해 모두 '자신감'을 언급한다. 마운드에 올랐을 때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감독이 주는 기회, 그리고 자신감 있는 피칭으로 그 기회를 잡아가는 선수들. 이제 비로소 1군 선수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올시즌 데뷔 9년만에 처음 1군 무대를 밟은 원종현은 이에 대해 "상대에 긴장하기 보다는 스스로 무너졌다. 이젠 그걸 많이 극복했다. 마음 속으로 강해졌다"며 "야구를 더이상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용기가 생기더라"고 말했다. 야구 인생의 기로에 놓인 절박함이 자신을 바꿔놓은 것이다.
어찌 보면 자신감이 가장 중요한 것일 지도 모른다. 공이 좋은 투수는 정말 많다. 하지만 실전에서 자기 공을 100% 던지는 투수는 많지 않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공을 던질 줄 알아야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이다.
NC가 표방하는 'New Chance'. 사실 기존 팀에선 이런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주긴 힘든 측면이 있다. 기존 구단이 아닌, 신생팀이기에 가능했던 시도다. NC의 아름다운 패자부활전, 과연 올시즌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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