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안 풀릴 때 마무리투수는 오히려 더 힘들어요."
LG 트윈스 마무리투수 봉중근은 최근 상황이 오기만 하면 "무조건 나가겠다"고 말하고 있다. 김기태 감독의 자진사퇴 이후 지난 24일 대구 삼성전에서 43구를 던진 봉중근은 이튿날 잠실 KIA전에서 ⅔이닝을 책임지며 세이브를 올렸다.
26일에도 "상황이 되면 등판하겠다"고 했는데 조계현 수석코치가 봉중근을 뜯어 말렸을 정도다. 하루를 쉬고 27일에도 1이닝 무실점으로 1점차 리드를 잘 지켜냈다.
29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만난 조 수석은 봉중근의 잦은 등판에 대해 "지금 팀이 어려우니 중근이가 좀 고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본인이 등판을 자원하는 상황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다.
투수 출신인 조 수석은 야구가 잘 풀리면 오히려 마무리투수에게 부담이 덜하다고 했다. 그는 "게임이 잘 풀리면, 오히려 자주 등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게임이 잘 안 풀릴 때는 상황이 어찌 될 지 모르기에 불펜에서 대기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불펜에서 공을 던지는 것이 오히려 투수에게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마무리투수는 대개 등판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 3점차 이내로 리드한 상황이 오면, 경기 막판 슬슬 등판준비를 시작한다. 조 수석의 말대로 경기가 잘 풀릴 경우, 마무리가 등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점수차가 크면 '불펜B조'를 내보내도 된다.
하지만 경기가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갈 경우, 마무리투수는 몸을 푸는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워진다. 일단 불펜피칭을 하며 몸을 풀었다가도 경기가 뒤집히거나 하면 다시 벤치에 앉는다. 경기가 안 풀릴수록 몸이 괴로워지는 것이다. 잦은 연투보다도 이 문제가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 수석은 마무리 봉중근을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다. 좋지 않은 팀 상황에 등판을 자원하며 희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인도 현역 시절 마무리로 잠시 뛰어본 적이 있어 누구보다 잘 안다.
특히 실질적인 감독대행으로서 경기를 지휘하고 있는 상황에서 봉중근 같은 선수의 존재는 고마울 수밖에 없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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