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선의 중심, 클린업 트리오의 핵인 4번 타자. 구단과 팬이 원하는 4번 타자에게 역할은 딱 하나다. 타선의 구심점이 되어 공격을 풀어주는 해결사다.
지난 겨울 한화 이글스는 100억원이 넘는 거액을 투입해 FA(자유계약선수) 정근우 이용규를 영입했다. 또 외국인 타자 펠릭스 피에가 가세했고, 송광민 김희성이 주전으로 출전하고 있다. 지난해 주전 라인업의 절반 이상이 바뀌었다. 최근 몇년간 최하위권을 맴돌았던 한화가 재도약을 위해 선택한 변화였다. 마운드 불안이 여전하고, 수비에 아쉬움이 있지만, 공격력 만큼은 지난해보다 나아졌다는 평가다.
그런데 정작 공격의 중심인 4번 타자가 보이지 않는다.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이 4번을 맡고 있지만, 기대만큼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감독들에게 4번 타자에 대한 기대치를 물어보면, 보통 20홈런-80타점 이상이라고 말한다. 4번 타자에게 20홈런-80타점은 최소한의 기대치라고 봐야한다. 타율도 중요하고 출루율도 신경을 써야겠지만, 클러치 능력이 먼저다. 상대 마운드를 압박할 수 있는 위압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 테이블 세터가 제 기능을 해도 중심타자가 침묵하면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김태균은 4월 30일 현재 20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9리(68타수 21안타), 1홈런, 11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보통 선수라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하지만 김태균이 부동의 4번 타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좋은 평가를 주기 어렵다. 타점은 외국인 타자 피에(21타점)에 뒤지고, 주로 하위타선에서 뛰고 있는 송광민 김회성(이상 11타점)과 같다. 현재 한화 팀 내 최다 홈런을 때린 선수는 김회성(4개)이고 송광민 정현석(이상 3개) 피에 김태완(이상 2개)이 뒤를 잇고 있다.
상대 팀의 집중견제를 감안해야겠지만, 김태균은 한화를 넘어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다. 3할 타율과 4할대 중반의 출루율로 제 역할을 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김태균은 연봉 15억원을 받는 국내 프로야구 최고연봉자다.
4번 타자 김태균은 30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0-4로 뒤지던 3회초 한화 공격. 선두타자 이용규가 중전안타를 때렸고, 2번 고동진, 3번 정근우가 연이어 볼넷을 골라 무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한화를 상대로 4연승 중이던 롯데 선발 유먼은 갑작스러운 제구력 난조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김태균은 헛스윙 삼진으로 찬물을 끼 얹었다. 볼카운트 1B1S에서 김태균의 배트는 잇따라 허공을 갈랐다. 결국 한화는 무사 만루 찬스에서 1득점에 그치며 흐름을 타지 못했다. 경기 후반에 4-5까지 따라붙었지만 고비를 넘지 못하고 4대6으로 패했다. 김응용 감독은 "경기 초반 득점찬스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고 했다.
김태균은 5회말 1사 1,3루에서 좌전 적시타, 8회말 2사 2,3루에서 3루쪽 내야 안타를 때려 2타점을 기록했다. 안타 생산 능력은 칭찬할만 하다. 하지만 코칭스태프와 팬들이 4번 타자 김태균에게 원하는 것은 좀 더 임팩트가 강한 한방이고, 좀 더 순도 높은 해결사 역할이다. 그만큼 김태균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그가 이런 역할을 해주지 못한다면 4번에 둘 이유가 없다.
지난해 김태균은 지난해 3할1푼9리, 10홈런, 52타점을 기록했다. 김응용 감독은 "홈런을 태균이가 올 해는 적어도 80타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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