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희(전북)가 세상에 이름을 알린건 2012년 런던올림픽 때였다. 그는 홍명보호의 일원으로 동메달 신화에 일조했다. 출전시간은 짧았지만 남긴 인상은 강렬했다.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2-0으로 앞선 후반에 투입됐고 4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단 4분 출전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고 병역 특례를 받아 그의 별명도 새롭게 생겼다. '4분 전역'이었다.
이후 김기희의 인생이 달라졌다. 2012년 9월, 대구에서 알 사일리야(카타르)로 임대됐고, 그 해 11월 호주와의 친선경기에 출전하며 첫 A매치 데뷔전도 치렀다. 최강희 전북 감독이 A대표팀을 지도할 당시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지난해 여름에는 전북으로 이적했다.
2014년, 그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4분 전역' 대신 경기력으로 새로운 별명을 얻는 것이 그의 목표다. 김기희는 "'4분 전역'이라는 별명이 기분 나쁘지 않다. 동메달 덕분에 축구 인생이 바뀌고, 전북에도 입단하게 됐다. 하지만 경기력으로 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등번호 3번을 달았던 김기희는 올시즌 김상식의 은퇴로 주인이 없는 4번을 받았다. 자신의 뜻이 반영된건 아니었다. 지난 1월 홍명보호의 브라질·미국 전지훈련에 참가하느라 전북의 브라질 동계훈련에 참가하지 못한 그는 팀의 결정에 의해 등번호를 받게 됐다. 공교롭게 '4'라는 숫자와 다시 인연을 맺게 됐다. 그래서 더 의욕이 생겼다. 김기희는 "4분 전역 대신 4번 김기희로 불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는데 가장 필요한 건, 그라운드에서의 활약이다.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새 등번호와 함께 종횡무진 뛰고 있다. 지난 시즌, 중앙 수비-수비형 미드필더-측면 수비 등 세 개의 포지션을 모두 소화했던 그는 올시즌에도 팀에 구멍이 생긴 포지션에서 '마당쇠'처럼 열심히 뛰었다. 전북의 K-리그 클래식 10경기에 모두 출전했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에서도 멜버른 빅토리(호주) 원정 경기를 제외하고 5경기에 나섰다. 중앙과 측면 수비를 두루 소화하고 있다. 프로에 데뷔한 이후 처음으로 ACL과 리그를 병행하고,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느라 체력 소모가 심하지만 김기희는 피곤함마저 즐겁다. "체력적으로 힘든건 사실이다. 하지만 ACL에 처음 참가해서 기대가 크다. 타이틀도 크고, K-리그 팀들이 아닌 다른 국가 선수들을 상대하니 배우는 것도 많다. 감독님께서 '능력이 안되면 다른 포지션은 시키지도 않는다'면서 용기를 주셔서 재미있게 하고 있다. 열심히 뛰다보면 전북의 4번 수비수 김기희로 팬들이 기억해 주실 것 같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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