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역만리에서 향수를 달래기 가장 좋은 것은 음식이다.
'밥심'으로 뛰는 선수들이라면 중요성은 더 커진다. 올림픽 월드컵 등 장기간 치러지는 국제대회 기간 중 차려지는 한식은 '가뭄에 단비'와 같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새로운 신화창조에 도전하는 홍명보호의 뒤에는 18년 경력 베테랑인 김형채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 조리장(41)이 서 있다.
김 조리장은 남아공월드컵과 런던올림픽에서 김치찌개, 청국장, 열무비빔밥 등 '특별식'으로 최상의 성과를 이끌어 낸 숨은 공신이다. 런던올림픽 때는 선수들의 간식을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김밥 600줄을 혼자 만든 일화도 '전설'로 남아 있다. 한식이 주종이나 양식, 일식까지 모두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다. 선수들이 선호하는 보양식은 히든카드다. 기름 온도를 맞출 때 일반 나무젓가락 대신 엄지손가락으로 온도를 맞추는 '신공'도 펼친다. 맛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표팀 지원스태프들이 퇴직 후 조리장을 주방장으로 모셔 식당을 개업하는 게 꿈일 정도란다.
조리복에 달린 태극마크와 대한축구협회(KFA) 엠블럼은 그가 A대표팀에서 합께 호흡하면서 느끼는 자부심의 크기를 짐작케 한다. 김 조리장은 "태극전사들의 식사를 책임진다는 것 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낀다"며 "식사를 마친 뒤 모두가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할 때는 무안하면서도 작은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반찬 6~7가지, 메인요리는 2가지를 식사마다 준비한다"며 "경기 전날이나 당일에는 가벼운 음식 위주로 하고, 경기 뒤에는 체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도록 입맛을 돋우어주는 김치찌개나 고기류를 준비한다"고 노하우를 공개했다. 군침이 도는 메뉴들을 나열해도 과식하는 선수는 없다. 김 조리장은 "선수들 스스로 관리하는 법을 잘 알기 때문에 특별히 과식하거나 적게 먹는 선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명보 감독은 다 잘드시더라. 샐러드류를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귀뜸하기도 했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김 조리장이 준비하는 식자재는 700㎏에 달한다. 육류와 생선 등 신선도를 요하는 식자재는 현지서 조달할 계획이다. 태극전사들의 식단표는 이미 짜 놓았다. 소집 당일부터 브라질월드컵에서도 16강 통과 시점까지 메뉴 준비를 마무리한 상태다. 김 조리장은 "대회 기간 내내 같은 메뉴가 겹치지 않게 할 것이다. 메뉴의 숫자로만 따지만 120가지가 넘을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매 경기마다 김 조리장의 손길은 더욱 바빠질 수밖에 없다. 브라질월드컵 16강행의 명운이 달린 러시아전 경기 당일 김 조리장이 준비한 '필승 메뉴'는 무엇일까. 답은 된장국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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