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개의 바람이 되어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어요. 나의 사진 앞에 서 있는 그대 제발 눈물을 멈춰요.'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수 있을까. 세월호 침몰사고 두 달째를 넘어가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실종자들은 단 한명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고 슬픔과 아픔, 분노와 좌절감은 여전히 그대로다.
참사 직후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곡으로 헌정된 임형주의 '천개의 바람이 되어'는 유가족과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다독였다. 그런데 이 노래가 뒤늦게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독도를 다케시마로 바꾸기 위한 운동'에 국내에 진출한 수많은 일본기업들이 후원한다는 소식과 맞물리면서다.
임형주가 부른 이 곡은 일본에서 히트한 '센노카제니 낫데'에 한국 가삿말을 붙인 곡이다. 원래 'A Thousand Winds'라는 제목의 작자 미상의 시가 원작이며, 일본의 유명 작곡가인 아라이 만이 멜로디를 붙였다.
임형주는 같은 제목의 이 노래를 지난 2009년 고(故) 김수환 추기경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곡으로 헌정해 불렀다. 임형주 소속사는 이 곡을 올 8월 김수환 추기경 선종 5주기에 맞춰 재발매할 예정이었다가 세월호 사고가 나자 방향을 급선회했다.
이 때문에 네티즌들은 다분히 상업적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가삿말도 원작의 단순 번안일 뿐인데 임형주가 마치 작사한 것처럼 이름을 올린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음반수익금도 전액 희생자 유가족에게 기부한다고 했지만 실제 기부할 액수는 미미하다.
한국과 일본은 특이한 형태의 저작권계약을 맺어 일본노래를 한국어로 개사해서 불러도 작사에 대한 저작권이 없다. 이 곡은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여러 추모식에서 울려퍼진 뒤 음원 1위에 오를 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수익금은 대부분은 일본 권리자에 귀속된다.
한국저작권협회에 따르면 음원 전송사용료(음원 사이트의 스트리밍 다운로드 서비스)의 수익 분배율은 통상 '제작자 44%' '실연자(가수 등) 6%' '음원 서비스 업체 40%' '권리자(작곡가·작사가·편집자) 10%'로 돼 있다.
세월호가 일본에서 중고로 팔아먹은 배였다거나 한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돈을 버는 일본기업이 '독도말살 운동'에 앞장선다는 사실에만 연결시키면 네티즌들의 분노는 다분히 감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하필이면 일본 번안곡이었고 국민들이 이 노래를 들으며 슬퍼하는 동안 저작권료가 고스란히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없다.
또 하나, 백번 양보해 순수한 의도로 헌정했다고 해도 진정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것이라면 그들만을 위한 특별한 의미의 멜로디와 가삿말이 만들어졌어야 제대로 된 추모곡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강일홍 기자 ee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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