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몬스터' 류현진이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복귀전에서 업그레이드된 슬라이더를 선보였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24일만의 복귀전에서 시즌 4승(2패)째를 챙겼다. 2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플러싱의 시티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원정경기에서 6이닝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투구수는 89개. 9안타 1볼넷을 허용하고, 삼진 9개를 잡았다.
부상 후 복귀전, 그리고 다음 등판을 감안해 다저스 벤치는 류현진을 빠르게 교체해줬다. 평소 같았으면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겠지만, 무리시키지 않았다.
류현진에겐 몇 가지 투구 패턴이 있다. 상대팀, 그리고 그날 컨디션에 따라 적합한 패턴이 나온다. 이날은 슬라이더 구사가 눈에 띄었다.
류현진과 A.J.엘리스 배터리는 평소보다 슬라이더 비율을 늘렸다. 89개의 공 중 직구가 50개, 체인지업이 18개로 뒤를 이었다. 주무기인 체인지업과 비슷한 비율을 차지한 공이 바로 슬라이더다. 류현진은 이날 슬라이더를 16개나 구사했다. 커브는 5개에 불과했다.
류현진의 서클체인지업은 이미 메이저리그 최정상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뚝 떨어지는 공은 상대의 헛방망이를 이끌어내기 좋다. 류현진의 탈삼진 능력을 뒷받침하는 것은 물론, 범타 유도에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좌타자를 공략할 만한 공은 부족했다. 좌타자에 유리하다는 왼손투수임에도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3할2푼6리)이 우타자 상대(2할1푼3리)보다 좋지 않았다. 좌타자 몸쪽으로 파고 드는 슬라이더가 약했기 때문이다. 정상급의 체인지업에 비해 슬라이더는 다소 평범했던 게 사실이다.
류현진은 좌타자 상대 약점을 떨쳐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체인지업을 좌타자 몸쪽으로 구사하는 등 변칙 투구를 하기도 했다. 커브 비율을 늘리며 다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이젠 슬라이더가 조금씩 통하는 모양새다. 허니컷 투수코치에게 배운 빠르게 휘어지는 슬라이더가 실전에서 통하고 있다. 기존의 낙차가 다소 있는 슬라이더에 컷패스트볼과 흡사한 궤적을 보이는 슬라이더가 더해졌다.
이날 경기에서도 슬라이더가 돋보였다. 1회 슬라이더를 한 개도 던지지 않았던 류현진은 2회말부터 적극적으로 슬라이더를 구사했다. 2회 선두타자 커티스 그랜더슨에게 던진 슬라이더가 통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좌타자인 그랜더슨은 바깥쪽 멀리 흘러 나가는 슬라이더에 두 차례 헛스윙하며 삼진으로 물러났다. 세 차례나 던진 슬라이더는 삼진을 잡는 결정구로 쓰였다.
3회 선두타자로 나선 투수 제이크 디그롬을 잡을 때도 결정구는 슬라이더였다. 3회 2사 만루 위기에서 다시 만난 그랜더슨에겐 최고 94마일(약 151㎞)짜리 직구와 함께 슬라이더를 구사해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갔다.
4회부터는 우타자 상대로도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구사하기 시작했다. 4회 선두타자 에릭 캠벨을 잡을 땐 바깥쪽 슬라이더로 연거푸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며 삼진을 뺏었다.
컷패스트볼처럼 날카로운 슬라이더는 범타 유도에도 효과적이었다. 5회 투수 디그롬에게 중전안타를 맞으면서 처음 선두타자를 출루시키자, 1번타자 후안 라가레스를 상대로 슬라이더를 꺼냈다. 우타자임에도 슬라이더를 통해 땅볼을 유도했고, 1루수 앞 병살타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류현진에게 '서드피치'의 중요성은 컸다. 주무기가 막혔을 때, 제 3의 구종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더욱 날카로워진 슬라이더는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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