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외국인 타자 펠릭스 피에는 최근 아찔한 경험을 했다.
지난달 29일 대전 NC 다이노스전에서 3회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갑작스럽게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2루 근처에서 쓰러질 듯 주저앉은 피에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가까스로 일어나 트레이너들의 부축을 받고 그라운드 밖으로 나가 곧장 병원으로 향한 피에는 진단 결과 다행히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에는 그 이전 미국에서 뛸 때 이같은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한화는 피에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기 보다는 피로 또는 스트레스가 쌓인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어지럼증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피에는 승부욕이 아주 강한 선수다. 팀동료가 이해하기 힘들거나 답답한 행동을 할 때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어지럼증을 겪은 뒤 타격감도 떨어졌다. 이튿날 하루를 쉰 피에는 5월 31일 SK 와이번스전에 선발 중견수로 복귀했지만,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SK 선발 채병용의 호투에 밀리며 배트 중심에 공을 정확히 맞히지 못했다. 그러다 6월 1일 SK전에서 7회말 선두타자로 나가 상대 투수 전유수로부터 가운데 담장을 때리는 3루타를 날리며 어지럼증 후 8타석만에 안타를 기록했다. 앞선 3회에는 볼넷으로 출루한 뒤 2루 도루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상 컨디션은 아니다. 이날 현재 피에는 타율 3할8리(172타수 53안타), 3홈런, 38타점을 기록중이다. 타율은 3할대 중반에서 떨어져 29위로 처졌고,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했던 타점 부문서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지난달 27일 NC전부터 최근 5경기에서 타율 1할7푼6리(17타수 3안타)에 홈런, 타점은 한 개도 추가하지 못했다. 시즌 2개월을 보내면서 피로가 누적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분명 시즌초와 비교해 페이스가 처진 것은 사실이다.
피에는 지난 1일 SK전을 앞두고 "(당시 경기에서)나도 모르게 어지럼증이 와서 주저앉았다. 경기를 하다 어지럼증이 온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처음에는 놀라고 당황했지만, 병원 검사를 받고 하루 휴식을 취하니 괜찮아졌다"며 몸상태에는 이상이 없음을 알렸다.
현재 중견수로 나서고 있는 피에는 이용규가 외야수로 돌아올 경우 우익수로 포지션을 바꿀 예정이다. 어깨 수술후 지명타자로 나서고 있는 이용규는 빠르면 이달 내로 중견수로 복귀할 수 있을 전망이다. 피에가 계속해서 중견수를 보고 이용규가 우익수 또는 좌익수로 기용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김응용 감독은 중견수로 쓰겠다는 계획이다. 피에는 우익수 경험이 많지 않지만 "전혀 문제없다. 팀 상황에 따라 우익수로 나가서도 잘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화는 피에가 살아나야 한다. 지난달 31일 SK전까지 6연패에 빠졌던 이유중 타선에서는 피에의 부진이 원인이었다. 6월 첫 날 호쾌한 3루타로 건재를 과시한 피에가 다시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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