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의 도화지가 펼쳐졌다.
펜으로 밑그림을 그리는 손놀림은 꽤 바쁘고 길었다. 수정을 반복하면서 틀을 잡았다. 색깔을 입히기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다. 최상의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 축구 지도자가 만드는 팀은 하나의 작품이다.
홍명보호 역시 마찬가지다.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의 훈련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라는 새로운 작품의 밑그림을 그리는 일이었다.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에서 물감을 섞어 서서히 색깔을 입히려 하고 있다. 홍 감독이 보는 작품의 완성도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우리가 하얀색에서 시작했다면, 지금은 분홍색 정도다."
홍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면서 철저하게 계획을 짰다. 소집 첫 주에는 밸런스 맞추기, 휴식 복귀 뒤에는 부상 확인과 체력 점검이 화두였다. 파주NFC에서 그린 밑그림은 의외로 빨리 완성됐다. "파주 훈련에서 테스트한 결과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상태였다." 튀니지전 패배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다. 최상의 사이클을 만들기 위한 포석이었다. "튀니지전 결과도 중요하지만, 내용도 좋지 않았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바깥에서 보기에도 무거운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파주 훈련에서 민첩성이나 파워 훈련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마이애매에서 할 훈련이었다." 포커스는 6월 18일 브라질 쿠이아바에서 가질 러시아와의 브라질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1차전이다. 홍 감독은 "파주에서 모든 훈련을 다 했다면, 러시아전에서는 시기적으로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기 어렵다고 봤다"며 "마이애미 전지훈련에서는 파주에서 하지 않았던 민첩성과 파워 등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훈련이 잘 이뤄지고 있다. 계단식으로 점점 강도를 끌어올리다가 크게 낮추는 식이다. 선수들의 피로와 훈련 강도 등을 보면서 계획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애미 전지훈련에서 선수들의 포지션 변화가 많았던 부분에 대해선 "꼭 러시아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일단 멀티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상황마다 벌어질 수 있는 일에 준비하는 부분"이라며 "상대 성향 등 전체적인 부분을 놓고 훈련 중이다. 그 선수들이 갑자기 새로운 포지션을 서는 게 아니다. 소속팀서 했던 것들이다. 콤비네이션 등 전체적인 부분을 보고 있다"고 했다.
홍 감독이 그리는 그림의 완성은 '붉은색'이 되는 것이다. "본선에는 우리의 색깔인 붉은색을 원한다. 지금은 분홍색 정도다. 핑크빛은 아니다(웃음) 붉은색으로 가는 단계다."
마이애미(미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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