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태극전사들에게 월드컵은 두려움이었다.
국내 무대에서 내로라 하는 선수들이 모두 모였다. 그러나 월드컵은 차원이 다른 대회였다. TV로만 보던 선수들과 바로 옆에 섰다는 것 자체가 부담을 넘어 공포로 다가왔다. 국제 대회에 나설 때마다 정신력이 강조됐을 뿐이다.
이제는 추억이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나서는 홍명보호 23명 중 17명이 해외리그에서 활약 중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독일 분데스리가 등 내로라 하는 무대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자신감 부족은 이제 남의 일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계기로 한국 축구는 세계 무대에 한 계단 올라섰다. 꿈의 무대인 월드컵 출전은 설레는 일이다. 그러나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절제와 균형을 이야기하는 이유다.
홍 감독은 "지금 선수들은 내가 선수시절 월드컵 나설 때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현역시절 월드컵 외에 세계적인 선수들과 만날 기회가 없었다. 사실 1994년 미국월드컵서 독일 선수들을 쳐다보기도 싫을 정도로 두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지금 선수들은 그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여전히 한국은 월드컵의 도전자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등 족적은 분명하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5위가 현실이다. 러시아(18위) 알제리(25위) 벨기에(12위) 모두 한국보다 높은 위치다. 홍 감독도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월드컵은 선수들이 쉽게 다가설 수 없는 무대"라면서 "한국은 32개국 중 (낮은) 위치가 있다. 겸손하게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내가 경험한 월드컵은 어느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았다면 위기가 왔을 것"이라며 "수 차례 월드컵에서 갖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2002년 프랑스와의 평가전 뒤 열흘간 훈련 못하고 1주일 전에 합류했다. 이런 부분들도 대비를 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이후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른다. 경기장 안팎에서 철저하게 준비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마이애미(미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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